대만 핵폐기물 반출 현지르포 2信-한국 압력 굴복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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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금 회의참석차 나가시고 안계십니다.” “전화 연결해 드리겠습니다.아 참,한국의 중앙일보 기자라구요? 잠깐만요.지금 외부회의에 나가셔서 아직 돌아오시지 않았습니다.메모를 남기시겠습니까.” 북한에 대한 핵폐기물 반출과 관련,한국의 강력한 반발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직접 북한과 핵폐기물 수출상담을 벌였던 대만전력공사의 천팡셴(陳方顯)처장의 방은 24일 陳처장의 의도적인 회피인지는 몰라도 하루종일 연락이 안됐다.
“글쎄요.핵폐기물 반출문제 말씀입니까.그건 대만전력공사의 상업적 행위로 대만정부에선 간섭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인터뷰는 공보처를 통해서 하시는게 어떨까요.” 대만전력공사의 북한핵폐기물 반출사업인가권을 쥔 경제부 국영사업위원회 제2조 조장인 황룽츠(黃榮次)는 전화는 받아줬지만 인터뷰 요청엔 한사코 난색을 표했다.
이는 바로 북한으로의 핵폐기물 반출이 한국과는 관련없는 일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대만당국의 한국언론 따돌리기 작전의 한 단면이다.대만과는 국교조차 없는 한국이 왜 대만.북한문제에끼여드느냐는 것이다.
이같은 한국언론 따돌리기는 지난해말 북한에의 핵폐기물 반출상담을 눈치채고 대만의 유관부서를 찾아다녔던 대만주재 한국대표부를 따돌렸던 것과 똑같은,한국에 등돌리기 태도다.
여기엔 지난 92년8월 한국측의 일방적인 단교선언 통보에 대한 아픈 심리가 작용했다는 인상이 짙다.대만 경제부 또한 23일의 기자회견에서 핵폐기물 반출계약을 파기할 수 없는 이유중 하나로 한국의 압력에 굴복하는,즉 업신여김을 당해 선 안된다는점을 들 정도인 것이다.
대만언론들 또한 핵폐기물 반출과 관련,그것이 한반도의 생태계파괴 행동임에 대해선 애써 외면하는 모습들이다.
24일 오후 한국대표부에서 열린 .핵폐기물 반출 반대'기자회견엔 무려 49명의 기자가 몰렸지만 한결같이 한국의 보복조치에만 관심을 표명했지 환경파괴 부분은 관심밖이었다.
또한 대만 2대 신문의 하나인 연합보(聯合報)는 대만 핵폐기물을 이제까지 저장해오고 있는 란위(蘭嶼)도의 피해상황에 대해선 함구한채 “한국의 반발은 북한이 돈을 벌게돼 화가 났기 때문”이라는 엉뚱한 분석을 내리고 있다.
[타이베이 =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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