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회오리>한보의 정치권 人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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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치권이.한보한파'로 뒤숭숭하다.
91년 수서사건 이래 끊임없이 제기돼온 한보측의 정치권 로비설이 한보철강 부도사태로 또다시 불거지고 있음에 따른 것이다.
천문학적 규모의 대출에는 당연히 배후가 있을 것이라는 의혹이파다한 가운데 사태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에 비상한 관심을 쏟고있다. …정태수(鄭泰守)한보그룹총회장은 상대방이 깜짝 놀랄 만한 물량공세,특유의 배짱과 끈기로 정치권에 상당한 인맥을 구축했다는 것이 정.재계의 지배적 의견이다.
鄭총회장의.정치권 관리' 실력을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지난해4.11총선 얼마전의 일이다.
당시 鄭총회장은 노태우(盧泰愚)비자금사건과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었다.재벌과 정치권의 비리커넥션에 대한 여론의 비난이 비등하던 그때도 한보는 신한국당에 정치헌금을 냈다.액수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몇억 정도의 .푼돈'은 아니었다고 한 다.
鄭총회장의 3남 정보근(鄭譜根)회장이 당 재정위원이었고 정당한 절차를 따르긴 했지만 다른 재정위원들은 몸을 사린 채 헌금을 안내던 상황이었다.
국민회의 핵심당직자는 24일 “92년 대통령선거 직전 당시 鄭총회장의 측근으로부터 선거비용으로 수십억원을 지원하겠다는 제의가 있었다”며“그러나 김대중(金大中)총재가 이를 거절했다”고밝혔다. 그는“일부 참모가.자금사정도 어려운데 받는 게 어떠냐'고 권유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30대에 鄭총회장의 뒤를 이은 정보근회장도 인맥형성에는 탁월한 실력이 있었다고 한다.주로 K대 출신인 비슷한 또래의 젊은재벌2세들과 모임을 가지면서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사들과 접촉해 온 것으로 알려진다.
한보측은 당차원이 아닌,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개별적 로비도 계속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15대에서 낙선한 국민회의 소속 전의원은“총선 직전 수차례 선거운동경비를 지원하겠다는 유혹이 있었으나 꺼림칙해 받을 수 없었다”며“여당은 물론 야당쪽에도 소위 중량급 후보들에게는 유사한 로비 시도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선거기간중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자금난을 감안할 때 일부 후보들은 자금지원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감사등에서 한보가 거론되면 동료의원들에게“너무 심하게 하지 말아 달라”며 방패막이 역할을 한 여야의원들이 상당수였다는것이다. …사건이 터지자 야당은 신한국당 민주계를 겨냥해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조(兆)단위의 대출은 권력 실세의 입김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논리를 기초로 민주계가 주로 도마에 올라 있다. 민주계 대부격인 K의원을 비롯해 J,C,S의원등이 거론된다. 야당측은 그러나 이들에 대한 의혹설만 제기할 뿐 구체적 물증을 제시하지 못해 정치공세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본인들은 펄쩍 뛰고 있다.C의원측은“한보가 돈이 없어 망한 것을 왜 우리쪽과 연관시키느냐”고 했다.“鄭총회장이 워낙 마당발인데다 중진 정치인이 되면 30대 재벌회장들과는 대개 안면이있는 법인데 그렇다고 정치권과 연관시키냐”고 불 쾌감을 표시했다. 14대때부터.매우 친한 관계'라는 소문이 파다한 S의원측은“한보그룹 상무와 S의원의 조카가 친분이 있었던 것을 확대해석한 것”이라고 발끈했다.K의원측은“14대때 국정감사에서 한보를 얼마나 질타했는지 아느냐”고 반문했다.
국민회의는 24일 대변인 성명을 내.청와대 2인,신한국당 2인 등 여권 4인방이 한보미스터리를 푸는 열쇠'라고 주장했다.

<김석현.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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