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져봅시다>쓰레기봉투 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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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새해 들어 쓰레기봉투값이 크게 뛰었다.게다가 이번 인상에는 지난해말 1백% 인상된 김포매립지 반입료가 반영돼 있지 않아 또한번의 대폭적인 인상이 뒤따를 전망이다.
주부 尹영숙(38)씨가 사는 서울종로구의 경우 가정용 쓰레기봉투(20ℓ 기준)는 지난해 2백60원보다 무려 30.8%나 뛴 3백40원을 줘야 구입할 수 있게 됐다.
보통 한집(4인가족 기준)에서 한달에 10개 정도 사용하기 때문에 지난해보다 매달 8백원씩을 더 부담하게 된 셈이다.
쓰레기봉투는 각 자치구에서 값을 정하는데 우선 봉투 자체 가격(20ℓ기준)만 따진다면 24원에 불과하다.조달청이 구마다 일괄적으로 정해준 조달품목 가격이다.
여기에다 쓰레기봉투 제작비에 버금가는 슈퍼등 판매업소의 이윤인 22원도 결국 시민의 주머니속에서 나와야 한다.
또 봉투 속에 들어 있는 순수한 쓰레기값이라 볼 수 있는 김포매립지 반입료는 42원꼴(ℓ당 2.1원)이다.
따라서 쓰레기 봉투값의 74.0%인 2백52원은 구청의 세입에 해당하는 수수료인 셈이다.종로구의 경우 지난해 수수료로 30억원을 거둬들였다.
그러나 종로구는 이 돈으론 미화원 4백여명(월평균 1백50만원안팎)에 대한 인건비와 79대에 이르는 차량을 유지하는데 턱도 없이 모자란다고 밝혔다.지난해에만도 부족분인 1백28억원을다른 예산에서 전용했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다른 25개 구청도 적자를 내는 사정은 비슷하다.다만 재정자립도가 높은 서초.강남구등 8개구는 그동안 쓰레기 봉투값을 인상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그렇지 못한 동대문구등은 종로구보다 더 비싸다.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에 따라 부익부 빈익빈현상을 보이고 있는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쓰레기봉투로 인한 적자를 감안하면 값을 현재보다 4배나 더 올려야 수지타산이 맞는다”며“그러나 시민의 눈치를 의식해 그나마 자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尹씨는 전체 쓰레기봉투값에서 74%나 차지하는 구청수수료가 못마땅하다는 반박이다.일반기업경영 방식을 도입하더라도 인건비등 비용절감을 통한 효율화를 통해 인상요인을 최대한 억제해주길 바란다는 지적이다.
〈김시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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