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연의 세계 일주] 재미없는 여행은 고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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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여름이다. 여러분들 중 다수가 여행을 꿈꿀 터이고, 계획을 세워 실행에 옮기는 이도 있을 것이다. 방학을 이용한 배낭여행이 하나의 '대학 문화'로 자리잡은 요즘, 미디어에서는 우려의 소리도 들린다. 요지는 이렇다. 과연 그 많은 돈 퍼다 (그것도 대부분 부모가 대어주는) 여행에 쏟아 부어서 무엇을 얻어오는가? 그리고 아무런 목적없이 떠나는 여행에 대한 질책이 이어진다. '요즘 애들'로 시작하는 뻔한 레퍼토리도 등장한다.

사람마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가지각색. 흔히 여행을 일컬어 휴식과 재충전의 기간이라고들 하지만 이 법칙이 모두에게 적용된다고 누가 말했는가? 어디나 예외는 있고, 게다가 여행에 있어서는 그 '예외'가 더 즐거운 법이다.

내가 불만스러워하는 점은 바로 이러한 통념이다. 여러분은 대개 방학을 이용해 배낭여행을 떠나며,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이력서에 한 줄 써 넣을 수 있는 '유럽 배낭여행 경험 있음'을 위해서, 분위기에 휩쓸려서, 유학은 못 가지만 최소한 배낭여행 만큼은 그냥 한번 떠나보고 싶어서 등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목적지도 여름에는 유럽으로 편중되며 (그것도 중서부 유럽 위주로), 겨울에는 호주 또는 유럽이다. 그렇다고 지금 이 자리를 빌려 '다른 좋은 곳도 많은데!'라고 말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여행은 철저히 개인의 선택일진대, 내가 뭔데 그 선택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뒷말을 한단 말인가?

내가 생각하는 여행의 최대 목적은 (만일 '목적이라는 것이 굳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철저히 재미다. 일상에서 느껴볼 수 없는 '색다른 재미'를 찾고자 떠나는 것 아니던가? 그.래.서. 나는 여러분의 여행이 좀더 재미있을 수 있도록 몇 가지 조언하고자 한다. 물론, 이 조언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시해도 좋다. 그리고, 더 '여행을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노하우가 있는 분들은 부디 필자에게도 나누어주길 바란다.

1. 나를 파악한다 - 관광파인지 휴식파인지. 혼자가 좋은지, 여럿이 편한지. 체질과 입맛이 어떤지 (추위나 더위를 심하게 탄다든지, 밥과 김치 아니면 삶을 포기하고픈 생각이 든다든지 등), 최대한 낼 수 있는 시간과 비용의 여유가 어떻게 되는지.

2.주제를 잡는다('목적이나 목표를 세우라'는 소리는 아니다) - 뭘 하고 놀면, 혹은 배우거나 느끼고 오면 가장 재미있을지 궁리해본다. (필자도 놀란 궁리담 : 춤에 일가견이 있는 K군, 유럽의 강호(?)들과 맞장을 뜨겠다고 가장 이름 있는 나이트 순례일정을 짰다 / 달라이 라마의 광팬 L씨, 철저한 사전준비로 달라이 라마와의 대면 접견에 성공! 그에게 고향 사진을 선물하고자 먼저 티베트를 다녀왔다)

3. 여유를 가진다 - 여행은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미션이 아니다. 준비 없는 여행이 오히려 재미있을 수 있고, 좌충우돌 실수담은 더욱 오래 남는 추억이 된다. 볼거리에 너무 집착할 필요도 없고, '평생 다시 못올지도 모른다'는 강박관념을 버리시라. 버리면, 자유롭다.

조정연 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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