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경제공부 방해하는 경제 교과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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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고교 경제교과서 이래도 되나'(본지 1월13일자 25면 참조)기사가 보도된후 독자들의 전화가 많이 걸려왔다.
이 분야의 참고서를 썼다는 서울 세화여고 한경호 교사는“기사쓰기전에 나와 연락이 됐더라면 더 많은 문제점을 말해줄 수 있었을텐데…”라며 아쉬워 했다.“신용창조나 생산.지출.분배의 3면등가 법칙등은 교사가 읽어봐도 무슨 말인지 모 르겠더라”며“교육부에 여러번 이런 문제를 건의했지만 고쳐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다른 현직교사는“교사용으로 만든 지도서도 교과서 못지않게 문제가 많다”며“교사도 모르는 내용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막막할때가 많다”고 털어놓았다.
지나치게 빈틈이 없는 사람을 두고.교과서적'이라고 한다.그만큼 교과서는 정확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내용은 둘째치고 어법조차 맞지 않은 문장이 수두룩한게한국 고교생들이 배우는 국정 경제교과서의 현실이다.
교육부는“예산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서…”라고 해명한다.하지만 그런 이유 때문이라면 왜 진작 경제 교과서를 검인정으로 돌려 민간 출판사들의 경쟁에 맡기지 않았는지 모를 일이다.
가뜩이나 경제이론은 어렵고 복잡하다.가장 초보적인 경제원론 쓰기가 가장 어렵다고 한다.그야말로 대가(大家)들이나 경제원론쓸 엄두를 내는 법이다.어려운 것을 쉽게 쓴다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정부도 오래전부터 경제교육의 중요성을 인정해 왔다.전두환정권시절 6억원을 들여.경제교육개편사업'까지 벌인 적이 있다.지금까지 이뤄진 교과서 개정작업만 여섯차례나 된다.그런데도 이 정도밖에 안되니 뭔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것이다 .
아무튼 현행 고교 경제교과서 내용을 보노라면 어린 학생들에게경제문제에 흥미를 갖게 하려는 것은 고사하고 진저리를 치도록 만든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는 생각을 씻을수 없다.
정경민 경제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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