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35만 몰린 中企채용박람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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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경기침체가 심화되면서 고용사정이 악화되고 있다.국제수지적자의감축과 함께 올해 경제현안의 하나로 떠오른 고용문제의 심각성은중소기업채용박람회에 나흘간 무려 35만명이 몰린데서 잘 나타난다.경제 전체로 보면 그동안 유능한 인력이 대 기업에만 몰리는것에서 중소기업으로 확산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구직자와 구인자를 서로 만나게 해주는 이런 행사는 상시화하는것이 좋겠다.양자의 정보및 탐색비용을 줄여 경제 전체로 거래비용을 줄여줘 그만큼 우리 경제의 효율을 높이는데 기여하게 된다.4백여 중소기업체가 참가해 나흘동안 열린 채용 박람회에 몰린구직자 중에는 대기업에서 명예퇴직압력을 느껴 안정적인 중소기업을 희망한 사람도 있다고 한다.이는 앞으로 대기업중심의 고용시장구조가 바뀔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정부가 이미 올해의 경제운용방향을 국제수지적자축소와 물가안정에 두고,저성장도 감수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실업률상승이 예견된다.경제성장이 7%대에서 6%대로 하락하게 되면 실업률은 2.4%에서 3%대로 올라갈 것이다.이정도 숫자라면 선진국에선 거의 완전고용이라고 부러워하는 수준이다.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첫째,선진국과 고용구조가 달라 자기집에서 장사하거나 농사짓는데 종사하는 고용인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실업률을 선진국과 직접 비교하는데는 문제가 있다.둘째,지난 10여년 고도성장을 지속해오면서 실업에 전혀 익숙지 않을 뿐만 아니라 준비도 게을리해왔기 때문에 실업을 당했을 경우 개인이나 가정이 느끼는 충격은 매우 크다.
이번 노동법관련 파업사태에서 많은 사무직 근로자가 동조한 것도 고용불안이 이유였다.정치권으로선 여야를 막론하고 실업을 가볍게 다룰 수 없다.앞으로도 구조조정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마찰적실업의 증가는 늘어날 것이다.정부는 고용보험의 효율적 운영과 함께 전직(轉職)훈련과 직업정보망의 네트워크화에 최선을 다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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