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비공’ 코스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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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개장 초 곤두박질치던 주가가 튕겨올라 결국 상승세로 마감했다. 미국발 악재와 호재가 겹쳐 ‘럭비공’ 장세가 나타난 것이다. 21일 코스피지수는 100포인트 가까이 오르내린 끝에 전날보다 55.04포인트(5.80%) 오른 1003.73으로 마감했다. 10일 이후 첫 상승이다.

코스피지수는 전날 미국 증시의 급락으로 한때 914선까지 밀렸지만 오후 들어 상승세로 반전되며 1000선을 뚫고 올라갔다. 선물가격이 갑자기 오르면서 오후 한때 프로그램 매수 호가의 효력이 5분간 중단되는 사이드 카가 발동됐다. 이날 상승으로 유가증권 시장의 시가총액도 500조원대를 회복했다.

이날 증시가 급반등한 것은 그간 하락 폭이 컸던 데 대한 반발매수가 살아났고, ‘주말 기대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미국 보험사 AIG와 씨티그룹이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이번 주말에 미국 정부가 자동차 업계에 대한 지원방안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감이 시장에 퍼진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증시의 선물가격이 오르고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들이 순매수로 돌아섰다. NH투자증권 임정석 투자전략팀장은 “증시 안정기금도 투입돼 얼어붙었던 투자심리를 진정시키는 효과를 냈다”고 말했다.

외국인은 이날 101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하면서 8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멈췄다. 외국인은 이날 오전만 해도 520억원의 순매도를 나타냈으나 오후 들어 순매수로 돌아섰다.

주식시장의 급등락에 원화 값도 크게 출렁였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한때 달러당 1525원까지 치솟다 주가가 급반등하면서 전날보다 2.0원 내린 1495.0으로 거래를 마쳤다. 원-엔 환율은 오전 한때 100엔당 1600원 선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1575.84원)를 경신했다. 외환은행 딜링룸 김두현 차장은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을 팔고 사는 데 따라 환율이 등락을 반복하는 불안정한 상황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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