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짚기>등공예 대가 전성임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한국 등죽세공예(藤竹細工藝)협회장 전성임(50.사진)씨.우리나라 등공예의 대가인 그녀는 하늘의 뜻을 깨닫게 된다는 지명(知命)의 나이가 다 돼서야 옻의 매력에 눈을 떴다.지난해 7월일본의 칠공예품 특산지인 이시가와(石川)현 방문 중 마을 여기저기에서 향기와 빛을 발하는 옻 제품을 보고난 뒤부터다.
등나무 공예품을 만들기 시작한지 20여년만의 일이었다.이후론줄곧 공예품에 옻을 입히는 연구에 몰두했고 국내 장인(匠人)들의 작품을 찾아다녔다.50줄에 접어든 여인으로선 간단치 않은 모험이었다.
원래 옻에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지만 그에게는 더 각별한 의미로 비쳤다.특유의 색조와 향기는 끝간데 없이 심오한 예술성을 추구하는 공예인 전성임에게 마력같은 흡인력을 뿜어냈던것이다. 차라리 악연이라고 해야 할까.옻과의 첫 만남은 시련과갈등의 연속이었다.어쩌면 낯선 얼굴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대신 길들이기를 거쳐야했던 것으로 간주할 만했다.목주위부터 시작된 발진은 눈 언저리와 온몸으로 퍼져나갔고 가려움과 고통이 시작됐다. 약 3주일 동안은 얼굴이 흉해 외출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그러자 가족들의 만류가 시작됐다.“지금까지 만든 공예품들과색깔도 별로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왜 사서 고생이냐.”마음이흔들릴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그는 고통속에서 어렴풋이나마 예술가나 장인이 걸어야할인고의 길을 읽어냈다.자칫 나태해지려는 자신에 대한 채찍으로 삼기로 했를 때 옻은 참모습을 드러냈다.
현재 그는 대나무 공예품에 옻칠을 한 남태칠기(藍胎漆器) 제작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등나무.대나무.짚등 지금까지 다뤄왔던 모든 공예품 소재에 옻을 접목시켜 전통공예의 장르를 넓혀나가겠다”는 것이 전회장의 소망이다.

<강 주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