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진씨 수사, 전 정권 실세에 불똥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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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김형진(50) 전 세종증권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전 정권 실세들로 불똥이 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당시 정치권에 ‘마당발’ 인맥을 쌓아온 그의 사업 스타일 때문이다. 사채업자 출신인 김씨는 1982년 홍승캐피탈을 설립하면서 제도권 금융 시장에 진입했다. 1998년 세종기술투자라는 창업투자회사를 세워 사업을 확장했다. 외환 위기 직후엔 자금난에 빠진 기업들의 회사채를 사고팔아 수백억원대 차익을 얻는 사업 수완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증권업 허가를 받지 않고 회사채를 사고팔아 증권거래법 위반으로 구속 기소되긴 했지만 금융계에서 유명인사가 됐다.

호남 출신인 김 전 회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 실세 정치인이었던 K씨와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K씨의 친척이 김 전 회장의 회사에 근무하기도 했다고 한다. 당시 정치권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은 장학금 기부 등 각종 사회 활동을 하면서 정치권 인사들과 친분을 쌓아갔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1997년부터 최근까지 서울대 등 3~4개 대학원의 최고경영자 과정 등에 등록해 인맥을 넓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 정부의 실세였던 C 전 의원과는 대학원 동문 관계로 만나 가까이 지냈다고 한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거래소 상장기업인 H사의 주가조작 과정에 이렇게 쌓은 인맥을 활용해 로비를 벌였는지를 조사 중이다. 또 2006년 2월 세종증권을 농협에 팔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 기업인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중수부는 최근 노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기업인 P씨와 K씨가 세종증권이 농협에 인수합병(M&A)되는 과정에서 시세 차익을 얻었다는 첩보를 입수해 확인 작업을 벌였다. 이들이 세종증권이 농협에 인수된다는 미공개 정보를 미리 알고 차익을 얻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중수부 관계자는 20일 “첩보가 사실인지를 확인하려면 조사를 더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당사자들도 관련 의혹을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증권은 M&A설이 불거진 2005년 1월부터 2006년 1월까지 2000원대이던 주가가 2만원대로 뛰었다. P씨는 농협과 관련된 또 다른 의혹에 대해 이미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그가 2006년 6월 농협의 자회사인 휴켐스를 인수하면서 정상 가격보다 싸게 매입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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