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월박, 복박, 주이야박 이것이 한나라당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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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경제는 갈수록 어려워지는데 국정운영 주체인 한나라당의 행태는 점점 한심스러워지고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 회자되고 있는 신조어는 그 실태를 반영하고 있다.

월박(越朴), 복박(復朴)이란 말이 퍼지더니, 곧이어 주이야박(晝李夜朴)이란 말까지 들린다. 월박이란 친(親)이명박 의원이 친(親)박근혜로 넘어갔다는 의미이고, 복박은 이명박계로 넘어갔다가 다시 돌아온 자들을 말한다는 것이다. 좀 더 냉소적인 표현이 주이야박이다. 낮에는 이명박계로, 밤에는 박근혜계로 이중생활을 한다는 말이다. 뭔가 부끄러운 짓을 숨어서 한다는 뉘앙스다.

정치인이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힘을 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정치행위다. 적절한 긴장관계 속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쟁명하는 것은 바람직한 민주정치의 모습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내 파벌의 행태는 그렇지 못하다. 소신이나 철학 없이 파당적 이해를 좇아 우왕좌왕하는 구태만 있을 뿐이다. 문제는 집권여당이 분열, 반목함에 따라 국정이 표류한다는 점이다. 집권 주체의 책임감을 찾아보기 힘들다.

파벌 간 이동과 갈등이 심각해진 배경은 무엇보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실망감이다.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부진하자 친이계가 떠나는 것이다. 집권 1년도 채 안 됐는데 벌써 차기로 거론되는 박근혜 전 대표 쪽으로 힘이 쏠린다는 사실은 대통령 개인의 불운 차원을 넘어선다. 경제위기에 고통받고 있는 국민과 국가의 불행이다. 최근 갈등을 촉발한 직접적 계기는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복귀 문제다. 미국 체류 중인 이 최고위원의 복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친박 쪽에서 강한 반대 입장을 보였다. 여당 내부가 이러니 국회가 제대로 운영될 수 없다.

대통령이 문제해결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 집안싸움을 치유하라. 최선의 방안은 탕평인사다. 미국의 오바마는 라이벌 힐러리에게 국무장관직을 제안했다. 이 대통령도 파벌을 초월한 탕평인사로 친박의 소외감은 물론 국민의 불안감도 씻어줘야 한다. 아울러 친박도 자리만 넘볼 것이 아니라 나라의 어려움을 생각해 국정에 협조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