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규제 완화‘약발’끝…11·3 대책 이전으로 하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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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대대적인 재건축 규제완화의 약발이 2주 만에 떨어졌다. 용적률 상향 등을 담은 11·3 대책 발표 이후 호가가 수천만원씩 뛰었던 재건축 아파트 값이 다시 발표 이전 수준으로 내렸다. 수요자들 사이에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보다 실물경기 침체와 자산가치 하락에 대한 불안감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재건축 추진위가 구성돼 있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112㎡형은 20일 8억5000만원에 매물로 나왔다. 대책 발표 전 8억6000만원 선이던 이 아파트는 3일 이후 9억2000만원에 거래됐고 9억5000만원까지 호가가 올랐다. 인근 송파공인 최명섭 사장은 “대형 호재에도 매수세가 계속 나오지 않자 사정상 급히 팔아야 하는 주인들이 서둘러 가격을 낮춰 집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112㎡형도 지난주 10억원대까지 올랐다가 이번 주 들어 9억2000만원 선으로 하락했다. 대책 발표 후 반짝 거래가 이뤄졌던 강남구 개포동 주공단지들의 하락세도 두드러진다. 주공 1단지 43㎡형이 6억7000만원까지 올랐다가 6억원대 초반으로 다시 내려섰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이외에 대출규제가 확 풀린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 강동구 고덕시영 43㎡형은 지난주 3억5000만원 선으로 3000만원 이상 오른 뒤 이번 주엔 다시 지난달 말 수준인 3억2000만원으로 떨어졌다.

J&K부동산투자연구소 권순형 소장은 “장기적으로 재건축을 기다리기엔 당장의 국내 경기가 너무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정부 방침만 나왔을 뿐 규제완화의 세부기준이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도 매수세를 움츠러들게 한다. 지금은 막연한 기대감만 있을 뿐 실제로 재건축 사업성이 얼마나 좋아질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도우아이앤디 손상준 사장은 “경기침체의 골이 계속 깊어지면 수요 위축으로 재건축 시세는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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