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오픈테니스선수권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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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세계랭킹 4백88위,골초에다 밤마다 당구게임을 즐기는 29세의 .퇴물'이 호주오픈에서 상위랭커들을 차례로 무너뜨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카르스텐 브라슈(독일).
비록 보리스 베커(독일)를 침몰시킨 카를로스 모야(스페인)의돌풍에 가려졌지만 그가 앨릭스 오브라이언(미국)과 12번 시드의 마그누스 구스타프손(스웨덴.세계17위)을 연파하고 3회전에오른 것은 이변으로 기록될 만하다.
그도 지난 94년 한때는 랭킹 38위까지 올랐던, 잘나가던 왼손잡이 강타자였다.
그러나 지난해 자동차사고로 척추수술을 받고 몇개월간 라켓을 놓은 후 그의 추락은 끝없이 이어졌고 나이도 30세를 목전에 둬 선수생명은 끝난 듯싶었다.
시드배정은커녕 본선 출전권도 따지 못한 브라슈는 결국 이번 호주오픈 예선을 거쳐야 했다.
“잘해야 예선 통과라고 생각했어요.” 1회전에서 그가 95년세계 2백10위에서 지난 시즌 각종 ATP토너먼트를 통해 두각을 나타내며 37위로 수직상승한 미국의 오브라이언을 꺾을 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은.그럴 수도 있지'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2회전에서 무려 35개의 서비스에이스를 꽂아대며 12번시드의 구스타프손에게 3-1로 역전승하자 그를 보는 사람들의 눈은 달라졌고 관중들의 격려와 갈채는 쏟아졌다.경기후 또다시 당구장으로 향하는 브라슈의 발걸음은 그랜드슬램 3회전 진출자답게 기백이 넘쳤다.
[멜버른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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