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세제 제일제당 高농축품 개발에 LG.애경 팔짱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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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지난번.비트'에 한번 속은 것으로 충분하다.다시 속지는 않는다.” 제일제당이 세탁세제에 이어 주방세제에도 고농축 제품을내놓자 경쟁사인 LG생활건강.애경산업등이 세탁세제 때와는 다른대응전략을 들고나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제일제당이 91년 고농축 세탁세제.비트'를 내놓았을 때,LG와 애경은 즉각 같은 고농축제품인 .한스푼',.팍스'로 각각 맞대응에 나섰다.
그럭저럭 비트에 대응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시장자체가 농축세제쪽으로 전환되는 바람에 LG와 애경은 일반세제 제품으로 높은 매출을 올리던 수퍼타이와 스파크의 판매가 격감하는 쓰라린 경험을겪었다. 당시 한스푼과 팍스는 비트와 함께 엄청난 광고전을 벌이면서 고농축시장만 키워놓고 일반세제시장을 위축시키는 이른바.
카니벌리즘'(제살 깎아먹기:신제품이 경쟁사 제품을 누르기보다 자사의 기존제품 시장만 잠식하는 마케팅현상)을 불러일으켰 기 때문이다.
제일제당이 지난해말 내놓은 고농축 주방세제인.콤팩트'는 비트가 보여준 이러한 시장전략의 재판이다.
이 제품은 계면활성제의 함유율(44%)을 자연퐁.순샘등 기존주방세제(20%)보다 대폭 높임으로써 절반만 사용해도 충분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물론 가격은 기존제품보다 50%정도 비싼 편이다.
광고물량을 늘리면서 소비자 반응도 좋은 편이지만 경쟁사들의 대응이 예상과 전혀 다른 것이 제일제당측의 숨겨진 고민이다.
예전같으면 하루가 늦을세라 따라왔을 터인데 애경은 경쟁제품을아예 내놓지 않는 무(無)대응전략으로 나오고 있고,LG는.파워자연퐁'이란 비슷한 제품을 내놓기는 했지만 구색용으로만 출시할뿐 이 제품의 광고.판촉을 전혀 하지 않는다.제 일제당측은“고농축 주방세제는 일본에서 지난해 대성공을 거두었고 국내에서도 암웨이제품이 성공적으로 진출한 것을 볼때 시장수요는 충분하다”며“경쟁사들도 결국은 따라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애경산업 마케팅담당자는“고농축제품이라고 항상 좋은것은 아니고 기존제품도 장점이 많다”면서“특히 뒷북치며 따라가제일제당을 도와주는 일은 이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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