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업합병 절반이상이 실패-이코노미스트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기업사냥의 왕국 미국에서 합병기업들의 영업성적은 합병후 어떻게 변했을까.이코노미스트 최근호에 따르면 뉴욕의 컨설팅업체인 머서 매니지먼트사가 최근 10년동안 합병된 대기업 3백개를 대상으로 합병 3년이후 영업실적을 조사한 결과 57 %가 극히 부진한 실적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한마디로 절반이상은 실패작인 셈이다.머서 매니지먼트는 장기적으로 살펴보면 합병실패의 비중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처럼 합병실패의 비중이 높은 가장 중요한 이유로 최고경영자들의 기업문화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을 꼽았다.합병회사의 최고경영자는 피합병회사를 인수할때 눈에 보이는 재산에대해서는 치밀하게 이해타산을 가리지만 무형의 재 산인 기업문화에 대해서는 무시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다.기업의 공식.비공식 의사결정과정에서 심지어 사내 우편제도에 이르기까지 깊숙이 깔려있는 기업문화는 때에 따라 조직에 시너지효과를 만들어내는 자산이 되지만 무시해 버릴 경우 종업원들의 강한 반발을 자아낸다는 것이다.
또 기업문화는 사내뿐만 아니라 납품업체.대리점.소비자등 외부에까지 두루 영향을 미침으로써 궁극적으로 합병성패를 가름짓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따라서 합병회사가 피합병회사의 기업문화를 무리없이 조화시키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조사는 물 론 합병후 일정기간의.문화 전이(轉移)기간'을 갖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매킨지 컨설팅의 조사에 따르면 합병에 성공한 기업중 85%가 피합병회사의 임원들을 한시적으로 계속 고용했던 것으로 나타났다.또 일부 기업의 경우는 피합병사의 최고경영자를 조직의 2인자로 당분간 남겨두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휴렛팩커드.존슨&존슨.에머슨전자등 합병경험이 많은 기업들은 피합병회사의 기업문화를 조화롭게 접목시키기 위한 전문팀을 가동중이다.에머슨사의 경우 이같은 전문팀을 합병전후 3년동안 피합병회사에 파견해 임직원들과 함께 생활케 함 으로써 합병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임봉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