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cover story] 이쯤 돼야 맞수…세기를 뛰어넘은 맛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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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성 없는 '떡 전쟁'이 폭 2m의 도로를 사이에 두고 400년째 계속되고 있다. 역사의 도시 일본 교토. 이마미야 신사 입구에 들어서니 고소한 떡 냄새가 코를 찌른다. 도로 양쪽의 떡집에서 선풍기로 숯불을 열심히 부쳐가며 떡을 굽고 있다.

"오이데야스" "오코시야스." (어서 오세요)

도쿄에서는 좀처럼 들을 수 없는 교토 사투리로 손님을 끌어들이려 안간힘을 쓴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규칙이 있다. 가게 앞에 서서 호객을 할 뿐 도로로 나오는 법이 없다. 참배객의 발길이 돌로 된 참배로 중앙에서 벗어나 어느 한쪽으로 기울면 반대편 집에서는 호객을 멈춘다. 상대편 손님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몸짓 또한 온화하고 기품이 있다. 수백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오며 세련돼진 모습이다.

이웃 나라 일본에 1000년 된 떡꼬치집이 있다. 그런데 400년 전에 바로 앞에 다른 떡꼬치집이 생기면서 경쟁이 시작됐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다 신사협정을 맺고 지금은 사이좋게 장사한단다. 이런 소설 같은 이야기는 역사의 길고 짧음과 관계가 없다. 구대륙 프랑스에도, 신대륙 미국에도 비슷한 경우는 많다. 반만 년 역사 속에 수백 년은 고사하고 자고 나면 간판이 바뀌는 우리네 현실. 이번 주 week&은 부러움 담긴 지구촌 '세기의 맞수' 이야기를 모아봤다.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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