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또 우편폭탄 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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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미국에 우편폭탄 테러 비상이 걸렸다.지난 4일 워싱턴의 내셔널 프레스센터 빌딩에 이어 13일 뉴욕에 있는 유엔본부 건물에서도 우편폭탄 4개가 발견돼 유엔직원들과 입주자들이 긴급대피하는 소동이 재연됐기 때문이다.
이날 발견된 우편폭탄도 내셔널 프레스센터 빌딩에 배달된 것들(4개)과 마찬가지로 연하장 형태로 돼 있었다.수신자를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는 아랍계 알 하야트 신문 앞으로 표시한것이나,발신지 없이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소인만 찍혀있는 것도지난번과 똑같았다.유엔본부에는 이 신문의 유엔특파원 사무실이 있다. 같은날 이 신문의 런던 본사에서는 역시 막 배달된 우편폭탄 1개가 폭발,경비원 1명이 부상했다.이로써 이들 폭탄이 노리는 대상은 온건한 논조로 중동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사우디아라비아 왕가 소유의 알 하야트 신문임이 분명해 졌다.
그런만큼 미연방수사국(FBI)은 이 사건을 아랍의 과격분자 소행으로 보고 있다.내셔널 프레스센터 빌딩에 우편폭탄이 배달되자마자 이집트로 수사요원을 급파했던 FBI는 특히 이집트의 과격파 회교지도자인 오마르 압델 라만을 의심하고 있 다.
그는 지난 95년 미국 법원에서 유엔본부등 뉴욕의 주요건물을폭파하려 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다.FBI는 압델라만 주변으로 수사를 압축해가고 있으나 아직 이렇다할 성과를 올리지는 못했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비슷한 사건이 다시 일어날지 모른다는 우려때문에“우편물이 수상한 것같다”는 제보도 잇따르는등 공포심리가계속 확산되고 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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