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사회봉사명령 예규 제정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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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대법원이 집행유예나 선고유예 판결을 내리면서 이에 부가해 명령할 수 있는.보호관찰및 사회봉사.수강명령'에 관한 예규를 제정함으로써 현재 법원마다 혼선을 빚고 있는 사회봉사 명령의 기준과 대상.시간등에 대한 통일적인 지침이 마련됐다 .
이번 예규 마련은 절차규정 못지 않게 범법자들에 대한.교화'측면에서 크게 두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우선 단기형(短期刑)의 폐해를 제거해 재범방지및 피고인의 원활한 사회복귀를 도와준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동안 판사들은 실형을 선택할 것인지,집행유예를 선고할지 모호한 피고인에 대해 피해자및 사회의 이목을 의식해 실형을 선고하는 경우가 많았다.지금까지의 행형(行刑) 관행상 집행유예는 현실적인 통제장치가 없어 피고인.봐주기'로 인식됐 기 때문이다.그러나 집행유예와 함께 처벌효과를 거둘 수 있는 사회봉사.수강명령을 추가할 수 있어 집행유예 선고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종래 집행유예 대신 단기형을 선고했을 경우 교도소에 수감돼교정(矯正)보다 오히려 새로운 범죄 수법을 배워 사회복귀가 더욱 어려워지는등 끊임없이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그러나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회봉사활동을 하거나 피고인에게 필요한 교육을 시키게 되면 재범방지에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에 일선 판사들에게 집행유예 선고를 권장하는게 이번 예규가함축하고 있는 의도다.
아울러 올해부터 불구속 재판 관행 확립을 위해 구속영장 실질심사제가 시행됨에 따라 범법자가 구속되지 않고 실형도 선고받지않는 경우가 잦아지게 되는데 대한.보완'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원론적인 측면에서는 국민들 모두 피의자.피고인 인권신장 차원에서 불구속 수사및 재판 관행이 정착되길 바라나 개별적 사안에 대한 피해자 입장에선 죄지은 사람이 구속은 물론 실형받지 않는다는 것은 법감정에 어긋난다고 대법원은 보고 있 다.이에 따라 재판부가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사회봉사명령등을 부과,범법자에 대한 징벌을 요구하는 국민의 법감정과의 괴리를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편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사람은 양로원.고아원등 사회복지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거나 고속도로등에서 쓰레기를 수거하는등 공공시설봉사활동을 하게 되는데 판사는 집행기관의 사정을 고려,두가지 이상의 사회봉사 방법을 지정해 선택할 수 있도 록 했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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