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대학교수가 영어로 수학 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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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Now, given a right triangle, the lengths of gou and gu are 3 chi and 4 chi respectively.”

"정삼각형에서 ‘짧은 변(gou)’과 ‘긴 변(gu)’의 길이가 각각 3과 4치라고 합시다.”

문:“What is the length of the hypotenuse?” (빗변의 길이는 얼마입니까?)

답:“5 chi”(5치입니다.) ‘gou(구·勾)’와 ‘gu(고·股)’·’chi(치)’ 등은 중국의 수학용어다. ‘구’와 ‘고’는 삼각형의 변을, 치는 길이를 나타낸다.

한국교원대학교 부설고교 국제반 학생들이 교원대 더글러스 로저스 교수로부터 수학 강의를 듣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18일 오전 8시 충북 청원군 강내면 한국교원대학교 부설고교(교장 김종근) 국제반 교실. 한국교원대학교 수학과 더글러스 로저스(57·Douglas Rogers)교수가 고교생을 상대로 수학의 기본 원리가운데 하나인 ‘피타고라스의 정리’강의를 하고 있다. 1시간 남짓 진행된 이날 수업시간 내내 교수와 학생 모두 영어만 사용했다.

이 학교가 전국 일반계 고교가운데 처음으로 운영하는 영어몰입교육형식의 국제반 수업장면이다. 이 학교는 10월 중순부터 11월말까지 수학·영어 등 2개 과목에 한에 국제반을 운영하고 있다. 수업은 1주일에 두차례씩 진행된다. 영어 강사도 교원대 스토클리 토마스(Stoakley Thomas·영어교육과) 교수다.

국제반에서는 희망하는 학생이면 누구든지 배울 수 있다. 수업료는 한달에 2∼3만원씩 내며, 교수들은 강의료로 시간당 5만원을 받는다. 현재 학생 40명(전교생의 10%)이 국제반 강의를 듣고 있다. 국제반 담당 임근수(46)교사는 “학생들에게 글로벌 시대에 국제적 의사소통 능력을 키워주기위한 방안으로 ‘영어집중’수업을 구상했다”고 했다. 그러나 과목별로 원어민 교사를 구하는 게 힘들자, 고교와 한울타리에서 근무중인 교원대 외국인 교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교수들은 처음에는 주저했다고 한다. 고교생들을 상대로 강의를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학교측이 “수업내용은 교수님이 알아서 결정하고 부담없이 해달라”고 하자, 수락했다.

토마스 교수는 “고교생을 가르치는 게 새로운 경험이 될 것 같아 수업을 맡았다”며 “수업이 거듭될수록 학생들이 재미있어 하고 잘 따라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로저스 교수는 영국 명문 옥스퍼드 대학에서 석사학위까지 취득한 국제적인 수학자다. 토마스 교수는 미국 플로리다 대학을 나와 TESL(제2외국어로서의 영어 교수법)자격증을 취득한 정통 영어교육자다.

로저스 교수는 중·고교 수학과정가운데 기본 원리 등을 중심으로 심도있게 가르친다고 한다.

황지연(17·2년)양은 “한가지 원리를 다양한 각도에서 설명하니 수학에 대한 시야가 확 트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어수업은 회회 중심이지만 영어 수필 등 글쓰기도 자주 한다. 학교측은 수업에 참가하지 않은 학생과 반복 학습을 위해 모든 국제반 수업을 동영상에 담아 학교 사이트에 게재한다.

내년부터 국제반을 물리·화학·정치경제 등 모두 8개 과목으로 확대 운영키로 했다.

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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