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푸는 자율과제로 숙제없는 방학-겨울방학 자녀지도 요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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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금 부모들이 초등학교시절 개학날 아침을 돌이켜본다면 방학과제물 정리하느라 정신없었던 추억이 아련할 것.그림일기와 방학생활은 물론 그리기.공작품에 곤충채집과 식물채집까지.가방에 쑤셔넣고 손에 들어도 모자라 미술숙제 한점정도는 부서 지기가 일쑤. 하지만 이번부터 초등학교 다니는 자녀들의 겨울방학숙제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정해진 숙제라고는 방학생활1권.그외에는 학교에 따라 학부모와 자녀가 자율적으로 정하는 숙제가 몇가지 따를 뿐이다.한마디로 방학숙제 깨뜨 리기가 이룩된 셈. 하지만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오히려 숙제도 없는 자녀방학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민해결방법으로 부모들이 가장 손쉽게 선택한 길이 자녀들 학원보내기. 서울 A초등학교 4학년인 김모(11)군은 탐구생활 1권,강낭콩 관찰일기,산수문제집풀기등이 겨울방학숙제의 전부.처음에는숙제가 적으니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겠다 싶어 신이 났었다.하지만 그 꿈도 잠시.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어머니 등쌀에 못이겨 피아노.웅변.영어등 학원만 4곳을 다니게 됐다.
“오히려 학교 다니는 것보다 더 힘들어요.어떤 날은 학원 숙제하느라 잠도 잘 못잘 정도예요”라고 김군은 하소연한다.
서울 면일초등학교 김화정(金和貞)교사는“가정에서 담당할 수 없는 부분의 교육을 사교육에 맡기는 것도 좋지만 방학을 통해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며“박물관이나 미술관 함께 가기,여행을 겸한 문화유 적지 탐방,스포츠 배우기등을 자녀와 함께 해볼 만하다”고 권한다.
.숙제연구가'로 유명한 이호철(李鎬喆.경북청도 덕수초등학교)교사는 어린이들의 자율적인 방학과제로 흥미와 호기심을 갖고 자신의 능력껏 해결할 수 있는 색다른 주제들을 몇가지 추천한다.
그 주제들을 보면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평생 살아온 길 조사하기 ▶외래어 간판이나 외래어 이름으로 쓰인 상품조사하기 ▶노점상 할머니 한 분의 삶 조사하기 ▶열심히 살아가는 이웃의 생활모습 조사하기등이다.
서울하계동에 있는 중현초등학교(교장 林英澤)는 방학중 학생들에게 열린 숙제를 내 학부모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경우.이 학교는 방학생활과 일기외 강제성 없는 숙제 30여가지를추천하고 있다.학생들은 이중에서 선택을 안해도 그만이고 할 수만 있다면 10가지 이상을 해도 괜찮다.숙제의 예를 보면 카세트에 동시낭송 녹음하기(배경음악 깔아서),설거지 하기,연극보고감상문쓰기,우리집 내력 알아오기등으로 학생들의 창조적이거나 활동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다.이호철교 사는“무계획적이고 풀어지기 쉬운 겨울방학인 만큼 부모들이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 학생의 적성에 맞는 방학 숙제 프로그램을 짜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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