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치기 잡으려다 숨진 의로운 죽음 이근석씨 빈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남의 일을 내 일처럼 도와주던 그 착한 내 아들이….” 11일 오전 서울중구백병원 영안실.경찰을 도와 소매치기범을 잡으려다 범인들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이근석(李根石.24.사진)씨의 어머니 안경자(安京子.57)씨가 오열을 터뜨렸다.
10일 오후7시20분쯤 서울중구충무로2가 명동상가 앞길에서 소매치기 3명과 격투를 벌이던 경찰이 쓰러지자 인근 액세서리가게 종업원 李씨가 범인을 잡으려다 흉기에 찔려 변을 당했던 것. 세운상가에서 전자부품 대리점을 하는 이응점(李應漸.58)씨의 3남중 막내인 李씨는 어릴적부터 성실하고 부모 말을 잘 따라 언제나 자랑스런 아들이었다.
그러나 1백75㎝의 키에 1백10㎏의 우람한 체구를 유도로 단련한 李씨는 특히 의협심이 강해 곤경에 처한 사람을 구해낸 일도 여러번이라는게 주위의 말이다.
李씨의 고교동창생 소범석(蘇範錫.24)씨는“길에서 남자에게 맞고 있는 여자를 구해주는등 위험에 처한 사람을 보면 미처 말릴 사이도 없이 달려들어 친구들 사이에서.의리의 사나이'로 통했다”고 슬퍼했다.
李씨는 칼에 찔려 병원으로 실려가면서도“부모님이 아시면 걱정하실테니 집에는 알리지 말아달라”고 거듭 부탁한 것으로 알려져가족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날 李씨의 빈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조순(趙淳)서울시장.황용하(黃龍河)경찰청장.이필우(李必雨)서울경찰청장.이규증(李圭澄)국민은행장등 각계 인사가 다녀갔으며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이수성(李壽成)국무총리는 화환과 함께 위로금을 전달 했다.
또 일반 시민들도 빈소를 찾아 의인의 죽음을 외롭지 않게 했다. <김우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