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지도>37.오케스트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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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오케스트라는 한 도시의 음악적 역량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거울이다. 또 시당국이 문화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이기도 하다.국내 교향악의 역사는 50여년. 결코 짧은 연륜은 아니다.
초창기에 비해 교향악단도 많아졌고 남아도는 음악 인력 때문에음대 졸업후 교향악단 입단도 매우 힘들어졌다.
막이 오르고 무대에 조명이 들어오면 연미복차림에 악기를 들고무대에 등장하는 단원들.무대에서 화려한 조명과 박수갈채를 받으며 화음을 빚어내지만 겉보기와는 달리 이들은 한마디로 프로의식이 결여돼 있다.
사회학자 로버트 스테빈스는 전문직업인(프로페셔널)의 특징을▶규격화.표준화되지 않은 생산물▶전문기술에 대한 광범위한 지식의소유▶제도화된 교육.훈련 과정▶물질적 보상보다 고도의 능력에 대한 사회적 인정의 중시▶직업에 대한 권위로 고 객들로부터 받는 인정과 존경으로 요약한 바 있다.
이들이 연주하는 레퍼토리는 고전.낭만주의로 한정돼 대부분 몇번이고 반복해서 연주한 경험이 있는 곡들이다.
단원들은 마치 오케스트라라는 대형 공장의 부속품에 불과한 지위로 전락하고 말았다.전문 직업인으로서의 긍지와 보람은 좀처럼찾아 볼 수 없다.
단원들의 기량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전혀 되지 않고 있다.
훌륭한 오케스트라를 평가하는 기준은 무엇보다 정기연주회 횟수와 레퍼토리,음악적 결과물인 연주에 있다.하지만 훌륭한 연주는▶단원들의 연주기량▶지휘자의 리더십▶질좋은 악기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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