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미국 자동차 잘돼야 하지만 보호주의는 위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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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워싱턴 특파원들과 가진 오찬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이 한 세기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세계 금융위기 해결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게 됐다”며 “한국이 위기를 극복하는 국제 공조에서 큰 역할을 했다고 국제사에 기록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CNN과의 인터뷰도 했다. 다음은 기자간담회 내용. 이 중 괄호 안은 CNN과의 인터뷰 내용

-오바마 정권 탄생에 대비한 대미 외교 복안은.

“미국의 대외 외교는 항상 국익 중심으로 움직여 왔다. 오바마 당선인이 취임하고 나서 근본적으로 갑자기 변화가 오진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이라크 문제의 경우 (미군) 철수를 빠르게 하느냐, 느리게 하느냐의 문제다. 남북 문제에 관한 오바마 당선인의 기본 철학은 한국과 철저히 협의하겠다는 것이다. 한국과 공조가 잘 이뤄질 것으로 본다.”

-오바마 당선인은 미국 자동차 산업 지원을 새 정부의 우선과제로 강조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이명박 대통령이 16일 미국 워싱턴 윌라드 호텔 인근에서 CNN알리나 조 기자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워싱턴=오종택 기자]


“한·미 FTA 자동차 부문 재협상 논란과 관련해 한국 언론에 추측 보도가 너무 많다. 오바마 당선인은 지금 거기까지 검토할 시간이 없다. 자동차 산업은 미국의 상징이며 자존심이다. 미국 자동차 산업을 살리는 게 좋다고 본다. 미국 자동차 산업이 죽어야 우리가 잘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자동차 산업이 잘되면 우리나라의 부품 수출이 늘어난다. 그리고 미국 자동차 산업이 잘돼도 한국 자동차를 수출할 여지가 있다. 세계가 주시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정당하고 적절한 방법으로 지원할 것으로 본다. FTA는 양쪽 국민 모두에게 도움을 주기 때문에 대등한 입장에서 하는 것이다. 미국이 한국을 봐줘서 FTA를 하는 것이 아니다. 오바마 정권 출범 이후 정리된 정책이 나오면 대응할 것이다. 성급하게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미국 자동차 산업이 살아나는 걸 원하지만 보호를 잘못하면 세계무역기구 규정에도 위배되고 다른 나라도 산업을 직접 지원하는 정책을 펼 것이다. 미국 정부는 보다 신중하게 지원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지금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펴는 것은 전 세계적 경제 침체로 이어질 수 있어 굉장히 위험하다.”)

- 한·미 FTA 우선 비준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는데.

“우리 입장을 대통령이 말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그러나 절차를 이야기하면, 미국은 의회를 통과하면 곧바로 시행되는 데 반해 우리는 20여 개의 관련 법이 다 바뀌어야 한다. 세계 모든 나라는 미국과 FTA를 할 때 먼저 통과시킨 뒤 미국과 협의한다.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것보다 여야가 조용하게 협력해 절차를 밟아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한국 경제 상황 전망은.

“현재로서는 3~4% 성장을 예상하는데 연말이 돼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어쨌든 플러스 성장은 틀림없다. 내수를 진작하고 여야가 힘을 합치면 1%포인트 정도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오바마 후보의 당선을 보고 느낀 소감은.

“역사적인 일이다. 올 때가 됐다. 진정한 미 합중국이 된 것이다. 이민으로 이뤄진 나라에서 누구나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이 최근에 손상당했다면, 지나치게 ‘하드 파워’에 의존했기 때문인 것 같다. 오바마 당선인이 ‘소프트 파워’를 활용하면 효과적이 될 것이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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