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언 채권시장 … 회사채 금리 9% 육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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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기업의 자금 조달 창구인 회사채 시장이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1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를 만들어 시중 채권을 사들이기로 했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3년짜리 회사채(AA- 등급) 금리는 정부가 펀드 조성 계획을 발표한 13일 이후 이틀간 0.5%포인트 급등하며 연 8.83%를 기록했다.

회사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대기업 일부 계열사를 제외하곤 신규 회사채 발행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한 중견 기업의 재무담당자는 “신규 발행은커녕 만기가 돌아온 채권의 상환 연장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회사채 거래가 거의 끊겨 금리를 정할 수 없게 되자 증권업협회와 신용평가회사들은 국고채와 은행채의 금리를 비교해 간접적으로 회사채 금리를 산정하고 있다.

정희전 한국은행 금융시장국장은 “채권시장이 불안심리에 의해 움직인다면 언제든지 이를 진정시키기 위한 유동성 조치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회사채 금리가 급등하는 것은 정부의 펀드 조성 계획이 오히려 시장에 역효과를 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우리투자증권 박종연 연구원은 “최근 금융회사들이 돈이 없어 예전처럼 채권 투자를 많이 못하고 있다”며 “그런 상태에서 정부가 펀드를 조성하기 위해 금융회사로부터 돈을 갹출하면 채권시장의 매수 여력은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이나 보험사들이 펀드에 돈을 대기 위해 기존에 갖고 있는 채권을 팔 수밖에 없고, 이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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