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이동도서관을 기다리는 설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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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나는 요즘 애틋한 기다림과 기대속에서 생활하고 있다.중년 모습을 지니기엔 왠지 억울(?)하고,그렇다고 한창 청춘인 아가씨들 차림을 할 수도 없는 어중간한 나이 삼십대 후반.더구나 두아이 엄마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전업주부인 나같은 사람에겐 딱히기다림을 가질 건수가 그다지 생기지 않는다.설렘을 가질만한 기다림은 더더욱.
그런 내게 왠지 모를 기다림의 밧줄을 드리워 주면서 한층 생활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이 생겼다.그것은 날씬해진다는 수영장에 가는 것도 아니요,교양을 보완하기 위해 문화센터에 가는일도 아니다.다름아닌.이동도서관'차를 기다리는 일이다.
우리 아파트에는 첫째.셋째 수요일이면 이동도서관 차가 나온다.어떤 문화든지 불특정다수인이 즐기는 문화도 있지만,거의 고정향유층이 있듯 책을 대여하러 나오는 사람들도 늘상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그런데 그 모습에는 공통점이 있다.
다들 밝은 모습들이다.
그동안 읽는 작업에 소홀하지 않은 생활이었고 언제나 책상 위에는 나의 눈길을 기다리는 책들이 쌓여 있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언제 읽어도 읽을 책들이어서 시간나는대로 조금씩 읽어나갈 뿐,죽을둥 살둥 읽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대여해온 책은 그럴 수가 없다.기간이 되면 반납해야 하기에 열심히 읽지 않을 수 없다.그렇기에 좀 더 많은 책을 읽 기 위해 되도록이면 많이 빌려오곤 했다.이 많은 책들을 정해진 기간에 읽어내느라 나의 생활엔 가벼운 긴장감까지 생겼다.
그런데 이동도서관에서 이번 주부터 다시 다섯권으로 제한해 2주일이 이제는 더욱 지루해지든지,아니면 읽기 작업이 조 금 느슨해질 것같다.
최근에 개장한 시내 모 서점 간판 위엔 이런 글귀가 씌어 있다..독서는 취미가 아니고 생활이다'고.이 서점의 캐치프레이즈처럼 독서가 나의 생활의 일부분이 돼 항상 마음이 가을 들녘처럼 풍요로웠으면 한다.
김영숙<광주시남구봉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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