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농구에 와르르 … 킷값 못한 키다리 KCC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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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KCC 서장훈(右)이 모비스 함지훈을 뚫고 슛을 노리고 있다. 서장훈은 이날 13점을 넣어 통산 1만 점에 2점을 남겼다. [울산=연합뉴스]

허재 감독은 착잡했고 서장훈은 우울했고 하승진은 짜증을 냈다. ‘키다리 군단’ KCC가 괴로운 주말을 보냈다.

토요일인 15일 공동 선두이던 동부를 무찌르겠다는 굳은 각오로 원주 원정을 떠났던 KCC는 56-79로 완패했다. 챔피언 결정전에서 만날 팀 간의 전초전이라는 빅 게임에서 대패해 KCC 선수들의 상처는 더욱 컸다. 2m22㎝의 최장신 하승진은 9분여를 뛰면서 슛 시도조차 못해봤고 2m7㎝의 서장훈은 6득점에 그쳤다. 동부의 김주성(2m5㎝)은 17득점에 4리바운드, 5어시스트로 KCC의 두 거인을 압도했다. 특히 하승진은 김주성에게 농락당했다. 전창진 동부 감독은 “키에서 KCC에 뒤지지만 스피드로 싸웠고 발로 이겼다”고 좋아했다.

일요일인 16일 KCC는 울산에서 모비스에 84-90으로 또 졌다.

전날 패배와 이동으로 선수들의 몸과 마음이 지쳤지만 허재 감독은 믿는 구석이 있었다. 경기 전까지 통산 9985득점을 기록한 서장훈이었다. 15점을 더하면 프로농구 사상 처음으로 1만 득점을 돌파하는 서장훈이 힘을 내 대량 득점하고 팀 승리까지 이끌어주기를 허 감독은 기대했다. 게다가 모비스는 키 2m이상 선수가 한 명도 없다. 외국인 선수도 2m가 안 된다. 서장훈이 킷값을 하기에 좋은 조건이었다.

그러나 서장훈은 경기 후 5분이 지나서야 첫 득점을 했다. 서장훈이 1쿼터에 넣은 점수는 2점이 전부였다. 반면 모비스는 1쿼터에 2점슛 성공률 100%, 3점슛 성공률 67% 등 던지는 족족 슛을 성공시키며 앞서 나갔다.

전반 KCC는 서장훈과 하승진(4득점)이 부진했지만 추승균(27득점)이 고군분투하며 쫓아갔다. 그러자 서장훈도 힘을 냈다. 2쿼터에 벤치에서 쉰 서장훈은 3쿼터에 나와 8득점을 더했다. 1만 득점에 -5까지 접근했고 점수도 3점 차까지 쫓아갔다.

서장훈은 4쿼터엔 2점을 더한 뒤 종료 1분40초 전 자유투를 얻었다. 그러나 소중한 자유투 두 개 중 하나를 놓치면서 흐름이 끊겼다. 자유투가 좋지 않은 하승진이 벤치에서 물끄러미 서장훈을 바라봤다. 허재 감독도 허탈하게 이 모습을 지켜봤다.

대기록에 2점을 남긴 서장훈은 종료 21초 전 회심의 3점슛을 던졌으나 공이 림을 맞고 튕겨 나오면서 1만 득점과 팀 승리를 모두 놓쳤다. 2m 이상 선수가 5명이나 되는 KCC는 리바운드에서 23-26으로 모비스에 뒤졌다. 통산 9998득점을 한 서장훈은 기록 달성을 19일 LG와의 홈 경기로 미뤘다. 3연승한 모비스는 5승3패로 KCC와 함께 공동 2위가 됐다. 모비스의 에이스로 성장한 김효범은 20득점했다.

오리온스는 ‘지휘관’ 김승현이 허벅지 부상으로 또 결장하는 바람에 KT&G에 81-87로 졌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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