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 G13 ? G20 ? 숫자에 숨어 있는 ‘권력 코드’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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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의 침체가 시작되자 국제 경제질서를 재편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하다. 이 중심엔 G7, G8, G13, G20 같은 협의체가 있다. G는 그룹(group)의 머리글자, 숫자는 참가국 수를 의미한다. 앞으로 어떤 협의체가 경제질서 재편을 주도할지와 이 모임에 들어갈 수 있느냐를 놓고 각국의 이해득실이 다르다.

지금까지 세계 경제를 주도한 것은 G7이었다. 1973년 오일 쇼크로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자 이듬해 미국이 중심이 돼 영국·프랑스·독일·일본의 고위급 경제관료들이 만나는 비공식 모임이 만들어졌다. 이것이 선진 5개국(G5) 모임이었다. 이를 기반으로 75년 프랑스 랑부예에서 첫 정상회의가 열렸다. 이때 이탈리아, 이듬해 캐나다가 추가되면서 서방 선진 7개국(G7) 모임이 출범했다. G7은 매년 정상회담과 재무장관 회의를 개최하면서 세계의 주요 경제 현안을 조율했다.

97년 러시아가 이 모임에 합류하면서 G8으로 확대됐다. 정상회담과 외무장관 회의는 G8으로 열리지만, 지금도 재무장관 회의는 러시아를 뺀 G7 국가만 참여하고 있다. G7 재무장관들은 지난달에도 미국 워싱턴에서 모여 금융위기 문제를 논의했다.

신흥국가들의 성장으로 G8을 G13으로 확대하자는 방안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2005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G8 정상회의에 중국·인도·브라질·멕시코·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 5개국이 초청된 게 계기가 됐다. 신흥 5개국은 함께 모여 G8 확대를 외치고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은 여기에 이집트를 추가해 G14로 개편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한국은 경제 규모로 세계 13위지만 G13이나 G14 대상국으로 거론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G20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계기로 태어났다. 선진국과 신흥공업국이 함께 논의할 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한때 주요 22개국(G22) 모임, 33개국 모임(G33)이 열렸지만 G20으로 일원화됐다. G13에 한국·호주·터키·인도네시아·사우디아라비아·아르헨티나 등 6개국과 유럽연합(EU)이 추가된 것이다. 1999년부터 매년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열고 있고,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정상회의를 한다. 한국은 2010년 G20 의장국을 맡을 예정이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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