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지, 히딩크 이어 귀네슈 눈 밖에 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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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은 하늘도 알고 땅도 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톡톡 튀는 성격이 문제다.

‘골 넣는 골키퍼’ 김병지(38·사진)가 FC 서울과 결별했다. 김병지는 14일 재개한 팀 훈련에 합류하지 않고, 개인 훈련을 하며 새 팀을 찾고 있다.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는 거스 히딩크에게 찍히더니, 이번에는 세뇰 귀네슈 감독과의 불화가 재계약의 걸림돌이 됐다.

김병지는 히딩크 부임 초기였던 2001년 1월 파라과이와의 친선경기에서 공을 쫓아 페널티박스를 크게 벗어나는 위험한 플레이를 했다. 히딩크는 노발대발했고, 김병지는 이후 1년 가까이 대표팀 언저리에 얼씬도 하지 못했다. 돋보이려는 욕심이 화를 부른 셈이다.

이번에는 부상으로 인해 출전 기회가 줄어들며 불화가 싹텄다. 김병지는 지난 1월 칠레와의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허리 부상을 당해 재활치료를 하고 4월 중순 팀에 복귀했다. 공백을 잘 메운 김호준(24)과의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내가 최고’라는 김병지의 자존심에 금이 갔지만 외국인 코칭스태프는 이를 보듬지 않았다. 5월 21일 이후 김병지는 한 번도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떠밀리듯 팀을 떠난 김병지는 “아쉬운 게 많지만 구단 욕하는 거밖에 더 되겠는가”라고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내일모레면 불혹이지만 여전히 그의 기량은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38경기에 출전해 25골만 허용했다. 경기당 채 1골도 내주지 않았다. 올해도 6경기에 출전해 7실점만 했다. K-리그 통산 최다 출장기록(471경기)을 보유하고 있는 김병지는 “앞으로 두 시즌은 더 뛸 수 있다. 500경기 출전을 꼭 채우고 싶다. 그 후 멘토가 될 만한 스승 아래서 명예롭게 은퇴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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