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빠떼루' 줘야할 배구 양심불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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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일단 부인하라”“무조건 시치미를 떼라” 삼성화재컵 97한국배구 슈퍼리그에 참가하고 있는 선수들은 한결같이 코칭스태프로부터 이런 지시를 받은 것같다.
스파이크를 허공에 날려놓고도 환호성을 지른다.마치 터치아웃인것처럼. 블로킹을 할때 자기 손을 맞고 아웃됐어도 심판을 쳐다보고“안맞았다”며 두손을 내젓는다.
남자건 여자건,실업선수건 대학선수건,갓들어온 신입생이건 10년이 넘은 고참이건 모두 똑같다.
배구선수는 모두 거짓말쟁이고 사기꾼일까.아니다.그러면 왜 그럴까. 간혹 심판들이 순간적으로 선수들의 이러한 몸짓에 속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이다.이러한 거짓 몸짓이 배구판에서는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그야말로 소탐대실(小貪大失)이다.한게임에서 이득을 보는 경우가 한두차례 있을 것이다.그러나 상대팀의 속임수에 당하는 경우도 한두차례 있다.특별히 자기 팀이 이득을 얻는 것은 별로 없다.
오히려 심판에 대한 불신만 커져가고.배구는 정직하지 못한 경기'라는 인식만 심어줄 뿐이다.
배구 슈퍼리그가 벌어지고 있는 잠실학생체육관과 수원실내체육관에는 요즘 멀티비전이 설치돼 있다.슬로비디오로 터치아웃 여부가즉시 판가름난다.심판들은 판정에 거세게 항의하는 선수나 벤치에대해 가차없이 옐로카드(경고)를 꺼내든다.
그러나 이제는 심판을 속여놓고.한건 했다'며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는.양심불량'선수들에게 옐로카드를 꺼내야 할 것같다.각팀의 코칭스태프들은 선수들에게.양심선언'을 하도록 주문하길 바란다.심판이 오심을 했더라도 스스로 터치아웃이라고 고백하는 페어플레이를 보고싶다.정정당당하고 깨끗한 승부,그것이 스포츠정신이기 때문이다.
손장환 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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