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사라져가는 양보의 미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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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얼마전 아이들을 데리고 시내버스를 탔다.집이 대학교가 있는 부근이어서 항상 시내버스는 만원이다.다섯살.일곱살 두 아이를 데리고 탔지만 역시 자리가 없었다.
아무 곳이나 가서 아이들을 세우고 손잡이를 잘 잡으라고 당부하면서 어느 아줌마 앞에 서게 되었는데 왠지 그 아줌마한테 부담을 주는 것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두 정거장쯤 갔을까.그곳에선 아줌마들과 할아버지.할머니등 여럿이 타는 것을 보았다.그중 한 아줌마는 신문을 깔고 아예 바닥에 편안하게 앉으셨는데 큰 아이는“엄마,저 아줌마 불쌍해 보인다”면서 계속 눈길을 그쪽으로 두고 있었다.어린 아이 눈에도그런 모습으로 보이는데 모두들 냉정했다.그리고 할아버지.할머니께서 어디로 가셨는지 보았더니 여대생들이 앞뒤로 앉아 있는 곳앞에서 손잡이를 잡고 있는게 아닌가.
학생들이 곧 일어나겠지 하는 마음으로 계속 지켜보았지만 그들은 계속 수다만 떨고 있는 것이었다.기사 아저씨는 밀리는 차 행렬에 계속 급브레이크를 밟아대 넘어지지 않으려 애쓰는 두 노인을 보고 있노라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할아버지께서 무척 화가 나셨는지“요즘 젊은 것들은 늙은이한테 자리도 양보할줄 모르나”하시면서 할머니 손을 이끌고 기사아저씨 옆의 기둥을 붙잡고 계셨다.차안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그 학생들은 고개를 들지 못하고 다음 정거장에서 내렸다.요즘 대학생들은 젊고 예쁘고 발랄해 부러움의 대상이 되긴하지만 자기 주장과 이기적인 면이 너무 강해 예의를 표하는데 인색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냉정해진 현실 속에서 내 아이들에게만이라도 어른을 공경하고 양보하는 정신을 가르쳐야겠다고 다짐해본다.
박은순<대구시성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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