얹어파는 상술 조심-정육등 필요이상 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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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전자저울이 없던 시절에는 오로지 6백 한.근'을 기준으로 고기를 사고 팔았기 때문에 푸줏간 주인의 고기 써는 솜씨는 칼처럼 정확했다.근수가 맞지 않으면 피차 계산이 복잡하기 때문이다.어쩌다 근수가 모자라면 고기를 한줌 더 썰어 덤 으로 얹어줬다. 그러나 1 단위까지 정확하게 계산해 내는 전자저울이 일반화하면서 덤으로 얹어주던 자투리 근수까지 에누리없이 가격표에 표시되고 있다.그러다보니 푸줏간 주인의 고기를 써는 감각도 둔해져 대충 근수가 맞으면 그냥 사고 판다.
예컨대 돼지고기 삼겹살 한근(1백당 9백원 기준) 5천4백원어치를 달라고 했는데 6백20이 저울에 올려져 5천5백80원이돼도 대부분의 소비자는 그냥 달라고 해서 사간다.근수를 채워야만족하는 소비심리를 역이용해 조금씩 더 얹어서 파는 것이다.
실제로 강남의 모백화점 정육코너에서 고객 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본 결과 근수를 넘어도 그냥 사가는 경우가 25명이었고 정확한 근수를 요구한 경우는 5명에 불과했다.그 결과 대충 사간 사람들은 1인당 7백12을 구매해 당초계획보다 1백12씩 더 사간 것으로 확인됐다.정육점 주인에게는 이것이 .티끌모아 태산'이 된다.
통상 1백 단위로 저울에 달아 파는 반찬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특히 1백당 가격이 1천원 이상으로 비싼 젓갈류의 경우 덤처럼 얹어 파는 상술이 매출을 올리는데 적잖이 기여하고 있다.
같은 백화점 젓갈코너의 영수증을 조사해보니 역시 3백24,3백48,7백52등으로 20~50씩.얹어팔기'가 일반화하고 있었다. 소비자들이 이처럼 거래단위에 둔감해지자 일부 생식품코너에서는 품목별 가격을 전자저울에만 입력해 놓고 매장에는 아예 게시해 놓지 않아 소비자들의 가격에 대한 감각을 더욱 무디게 만들고 있다.생굴(3백50에 4천5백원)의 경우처럼 거 래단위를 전혀 가늠할 수 없게 게시해 놓아 무조건 덜어주는대로 사가도록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국소비자보호원 거래개선국 손성락차장은“모든 상품이 미리 포장돼 팔리고 있는 선진국의 경우 상품가격과는 별도로 단위(.ℓ.㏄등)당 가격표를 상품마다 붙여 놓아야 할 만큼 소비자들이 거래단위와 가격을 철저히 따진다”며“거래단위에 둔 감해지게 되면 소비자는 가격저항력이 약해져 결과적으로 필요이상의 구매를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유통부 시장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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