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쇼베츠 前감독이 본 한국축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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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아나톨리 비쇼베츠(50.러시아.사진).
애틀랜타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전에서 한국을 우승으로 이끈그는 올림픽 8강진출에는 실패했지만 한국축구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본선에서 1승(1승1무1패)을 건지고 2년6개월의 한국생활을 마감했다.지난해 8월 러시아로 돌아가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11월부터 러시아 1부리그 제니트 페테르부르크의 지휘봉을 잡은데 이어 가장 유력한 러시아대표팀 감독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다음은 비쇼베츠가 전화인터뷰에서 진단한 한국축구의 문제점이다. “지난 94년2월 국가대표 기술고문 자격으로 한국에 처음발을 디뎠을 때부터 내가 가장 많이 들은 소리는.한국적 축구'였다.그러나 나는 한국축구가 세계적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한국적 축구'로부터.해방'돼야 한다고 단언한다.투지 .체력등한국 축구에 함축된 긍정적인 면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그러나보다 중요한 것은,그리고 진정 멀리 내다본다면 테크닉의 열세는테크닉을 키워 대비해야 한다.정신력과 체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테크닉의 차이는 그리 크지않다.정신 력에 대해서도 할말이 있다.나는 한국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사력을 다해 뛰는 모습에 감명을 받곤 했다.반면 벤치에 앉아 대기하는 선수들의 모습은 영 딴판이어서 뛸 생각조차 없는지 축구화끈을 풀고 축 늘어져 있는등 패잔병같은 모습을 하 고 있어 선수교체를 위해 벤치를 둘러보다가 포기한 적도 많았다.대표팀과 소속팀의 협조가 안되는 것또한 골칫거리였다.대표팀 감독을 뽑았으면 밉든 곱든 그의 스타일을 존중해줘야 한다.나는 수차례 여러 경로를 통해 이를 부탁했다.특히 대표팀 수비수는 소속팀에서도 수비를 맡기는등 대표팀이 소집되지 않는 기간에도 자신의 포지션에 대한 이해를 길러주도록 누누이 당부했다.그러나 번번이 대표팀 수비수를 소속팀은 스트라이커로 뛰게 하는등 손발이 맞지않아 나도 선수도 곤란을 많이 겪었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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