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프라를세우자><전문가조언>13.출판사 육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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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전병석(田炳晳.문예출판사 대표)=70,80년대를 지나오면서우리사회는 물질적 풍요로만 치달았다.그 결과 정신은 황폐해질대로 황폐해졌다.학식.명예.인격을 존중하던 옛날의 가치관은 허물어지고 돈과 권력을 추구하는 분위기가 팽배하고 있다.지식인이 대접받는 사회를 만들어나가면 출판문화가 살아날 수 있다.
출판업계가 정부의 경제적 지원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수요가 창출될 수 있는 분위기를 살릴 정책을 요구한다.독서환경이 조성되기 위해서는 교육이 먼저 입시위주에서 탈피해야 한다.
출판인들의 자세도 중요하다.출판은 기업이기 이전에 문화라는 인식이 결여돼 있다.그런 자세로 출판을 하면 자기발등을 자기가찍는 결과밖에 되지 않는다.
▶노병성(盧炳成.협성대 교수)=현재 출판학과를 두고 있는 대학은 4년제 대학으로는 광주대 한 곳과 신구.혜전등 전문대학 10여군데밖에 없다.대학의 출판관련 교육이 너무 부실하다.
오늘날 서점 공간은 책만 취급하는 곳이 아니다.휴식시설까지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아야 한다.도서정가제.도시화등으로 대형서점의 출현이 더욱 가속화하는 중에도 동네서점을 살릴 아이디어를 모색해야 한다.
▶김경희(金京熙.지식산업사대표.한국출판연구소 소장)=정부는 출판산업은 한번도 지원하지 않고 분단상황.이데올로기등을 내세워견제만 해왔다.그러다보니 출판계가 자율성을 잃고 말았다.
언론계.출판계.교육계등 3자가 원활하게 돌아가야 문화전쟁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다.이중 어느 한 분야라도 삐꺽해서는 안된다.여태껏 우리 출판은 확대재생산은 커녕 단순재생산도 이루지 못했다.출판이 인프라의 근간이고 국력의 바탕이라는 인식이 확립돼야 한다.
▶김종수(金鍾洙.한울대표)=인구 1억 이하의 나라는 대부분 출판문화에 어려움을 겪는다.이런 상황에서 문화정책을 관장하는 공무원들은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책도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철학서같은 학 술서적은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책이란 인식이 필요하다.각급 도서관에서 지금보다 2백부 많은 5백부 정도만 소화해줘도 해볼만하다.
독자들도 책값에 대해 조금 더 너그러울 필요가 있다.예컨대 번역 학술서의 경우 미국 현지 책값에 번역수고료를 더했다고 생각해주면 좋겠다.책에 담긴 정보량으로 가치를 판단하면 되지 않을까.미국에서는 3백쪽짜리 한권에 1천달러(약 8 5만원)하는책도 등장했다.물론 알찬 내용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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