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폭피해 한국인 원호 수당 일본에 우편 신청해도 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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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국인 원폭피해자가 직접 일본을 방문하지 않고 우편으로도 원호수당을 신청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일본 나가사키(長崎)현 지방법원은 10일 “일본을 방문해 수속을 밟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건강수첩을 발급하지 않은 것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부산에 거주하는 원폭 피해자 정남수(88·여)씨는 일본 정부와 나가사키현을 상대로 ‘원자폭탄 피폭자 건강수첩’ 교부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조치를 취소해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스다 히로유키(須田啓之) 재판장은 해외에 거주하는 피폭자가 건강수첩 교부를 신청할 때 일본을 방문해 수속을 밟도록 한 규정에 대해 “필요성이 충분하지 않고 다른 수단으로 대체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며 나가사키현이 정씨에게 건강수첩을 교부할 것을 명령했다.

우편을 통한 피폭자 건강수첩 교부 신청을 접수하지 않은 것이 위법이라는 판결은 지금까지 모두 세 번 있었지만 생존해 있는 피폭자를 대상으로 위법판결이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히로시마(廣島)에 살다 원폭피해를 당한 정씨는 전후 한국으로 귀국했다가 고령으로 일본 방문이 힘들게 되자 2006년 8월 한국에서 우편으로 피폭자 건강수첩 교부를 신청했으나 거절당했다. 교도(共同)통신은 “이번 판결로 해외에 사는 피폭자들에 대한 원호 작업이 한층 더 충실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인정한 해외 피폭자는 약 4330명으로, 이 중 절반이 넘는 2400여 명이 한국인이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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