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위생검사도 않고 “합격” 세균 오염 불고기까지 통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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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임수빈)는 식약청 위탁을 받은 식품위생검사 전문기관 D식품연구소 정모(48) 소장을 10일 구속기소했다. 세균·대장균 등이 검출된 만두나 양념 등의 가공식품에 대해 허위 시험성적서를 발급해 준 혐의다.

검찰에 따르면 이 연구소는 지난해 W업체 불고기에서 g당 대장균 810마리(허용치는 g당 10마리 이하)가 발견됐지만 한 마리도 발견되지 않은 것처럼 조작했다. C사 만두에서는 허용치의 11배인 110만 마리의 일반 세균이 발견됐지만 8만8000마리만 검출된 것처럼 속였다. 이런 수법으로 8개 식품업체와 공모, 13개 품목에 대한 성적서를 조작해 통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연구소는 2006년부터 올 5월까지 12만 건의 위생검사를 처리했다. 전국 65개 검사기관 중 매출 규모가 5위 안에 드는 연구소로 지난해에만 20억원을 벌었다. 그러나 정상적인 검사를 한 품목은 5%에 불과했다. 나머지 11만4000건에 대해서는 검사를 하지 않고도 ‘적합’ 판정을 내렸다.

검찰 수사 결과 같은 기간 동안 ‘부적합’ 통보된 식품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00여 개 업체 180여 개 식품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세균 수가 검출됐지만 ‘적합’ 통보했다. 영업사원이 식품회사에 연락해 “시험성적서를 조작해 발급해 줄 테니 거래를 계속하자”고 부추기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검사기관끼리 과다·출혈 경쟁을 하다 보니 ‘다른 연구소보다 20% 낮은 수수료에 3~4일 빨리 결과가 나온다’고 홍보했고 수수료의 35~45%는 영업사원 몫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턱없이 낮아진 수수료에 영업사원의 몫을 떼면 애초에 정상적인 검사는 기대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검찰은 이날 공모 관계가 입증된 8개 식품회사의 대표와 공장장 등을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 또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업계의 문제점 등을 통보하고, 검사기관을 ‘부정식품 판매 행위’ 공범으로만 처벌할 수 있는 현행법의 허점을 지적해 법무부에 입법을 건의했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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