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미우리 이승엽(32·사진)이 올림픽 ‘금메달 영웅’에서 불과 78일 만에 ‘추락한 국민타자’로 2008 시즌을 마감했다. 8월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이승엽은 이달 9일 세이부와의 일본시리즈 7차전에서 8회 교체돼 팀이 우승 문턱에서 역전패당하는 것을 벤치에서 쓸쓸히 지켜봤다. 이승엽은 11일 귀국한다.
◆국민타자 최악의 슬럼프=이승엽은 베이징에서 뜨거운 8월을 보냈다. 지난해 수술을 받은 왼손 엄지 부상 후유증으로 시즌 초반 2군에 내려갔지만 국가의 부름을 받고 올림픽 대표팀에 흔쾌히 합류했다. 이승엽은 8월 베이징 올림픽 준결승 일본전에서 역전 결승 투런홈런, 쿠바와의 결승전에서 선제 결승 투런홈런으로 9전 전승 금메달 신화의 주인공이 됐다.
그러나 이승엽은 일본시리즈에서 최악의 슬럼프로 고개를 떨어뜨렸다. 7차전까지 18차례 타석에 나가 안타는 단 2개, 12번이나 삼진으로 맥없이 물러났다. 이승엽에게 무한 신뢰를 보냈던 하라 감독은 준우승에 그친 후 “좀 더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기용했어야 했다”며 부진한 이승엽을 계속 내세운 것을 패인으로 인정했다.
이로써 코칭스태프 인선부터 난항을 겪고 있는 WBC 대표팀은 선수 구성에도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FA를 선언한 박찬호(35·LA 다저스)도 최근 “2년 이상의 계약을 하지 않는 한 WBC 참가는 어렵다”고 밝혔다. 일본 진출을 시도 중인 김동주(32·두산) 역시 올림픽을 끝으로 국가대표를 반납했다. 하일성 KBO 사무총장은 10일 단장회의에 참석한 뒤 “대표팀에 선발된 선수는 아무런 조건 없이 보내 주기로 8개 구단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한용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