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리포트>개혁5년 러시아의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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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그후 5년'-.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대통령직을 물러남으로써 옛소련이 실질적으로 역사에서 사라진지 5년이 되는 25일을 즈음해 지식인들은.
그후 5년'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옛소련 붕괴의 순간 지식인과 보통사람들은 제국 붕괴를 기뻐하며 새로운 희망찬 미래가 전개될 것을 믿었었다.확실히 모스크바의 거리는 자유스러워졌고 풍성해졌다.어둡던 거리도 매년 밝아지고 서방의 모습과 똑같은 모습의 슈퍼마켓이나 거리 를 메운 다양한 광고들은 착실하게 진행되는 시장개혁의 모습이다.
자유.비밀이라는 민주적 조건아래 선거가 진행되고 많은 읽을거리들을 토해내는 언론등은 집권세력이 말하는 밝은 부분이다.그러나 그런 모습들이 러시아인들의 희망을 충족시킨 것일까.
열렬한 개혁가였던 아나톨리 소브차크 전레닌그라드시장은 영자지모스크바 타임스에서“모든게 생각한 것보다 어렵다.기대했던 민주정부가 아닌 관료체제가 다시 들어앉았다.노멘클라투라(특권계층)가 승리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개혁주의 자들은 이제와서 이렇게도 말한다.“당시 우리에게는 신러시아를 어떻게 만들지뚜렷한 아이디어가 없었다.” 사회주의 붕괴라는 목표외에 아무런계획이 없었던 대가로 개혁은 비틀거렸고 따라서 개혁주의자로 자처했던 사람들도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91년 개혁그룹으로 분류됐던 대부분 인사들은시장개혁의 산물을 비난하고 있다.
“은행가.산업가들이 새로운 미래건설에 가장 큰 위협이다.그들은 정당한 경쟁이 아닌 옛소련시절 노멘클라투라의 신분을 이용해돈과 영향력을 얻었기 때문이다.”그레브 레베데프같은 역사가는“옛소련을 지배한 비능률의 표본 행정제도가 또 다시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후 5년.
외형적인 개혁의 성과는 있었다.그러나 지식인들의 냉소는 본질적 개혁은 갈길이 멀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모스크바=안성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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