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 받은 여왕 김연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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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역시 따를 자가 없는 ‘은반의 여왕’이었다.

김연아(18·군포 수리고)가 피겨 그랑프리 시리즈 5개 대회 연속 우승에 성공했다. 그랑프리 파이널 2회 우승까지 합하면 그랑프리 7개 대회 연속 우승이다. 김연아는 8일 오후(한국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빙상연맹(ISU)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3차 대회(컵 오브 차이나) 프리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 66.43점, 예술점수 61.68점, 합계 128.11점을 받았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얻은 63.64점을 더해 191.75점을 받은 김연아는 2위 안도 미키(일본·170.88점)와의 점수 차를 20.87점까지 벌리며 압도적 우승을 차지했다. 김연아는 지난달 1차 대회와 이번 대회 우승으로 그랑프리 포인트 30점을 얻어 다음달 10일부터 고양시에서 열리는 ISU 그랑프리 파이널 출전권도 얻었다.

붉은 의상의 세헤라자데로 변신한 김연아는 음악에 몰입한 채 애절한 표정으로 연기를 이어나갔다.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 루프 점프로 연기를 시작한 김연아는 ‘약점’이던 트리플 루프(공중 3회전)도 훌륭하게 소화해 냈고, 스핀에서도 모두 레벨4를 받았다. 트리플 러츠에서 착지 불안으로 콤비네이션 점프에 실패하자 프로그램 중반부 단독 트리플 러츠에 즉흥적으로 더블 토 루프를 연결해 가산점을 따내는 노련미까지 발휘했다.

◆플립 점프의 불안전한 에지 문제는 다듬어야=하지만 숙제도 받았다. ‘점프의 교과서’라 불리던 김연아는 이번 대회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 루프 점프에서 석연치 않은 에지 판정을 받아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쇼트에서는 ‘롱에지(wrong edge)’, 프리에서는 ‘주의(!)’ 판정을 받은 것이다.

국내 피겨 관계자들은 “평소와 달리 이번 대회에서 연아의 점프 축이 약간 흔들린 건 사실이지만 미세한 정도이고 판정이 과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시 빙상연맹 이정수 전무는 한 번 ‘롱에지’ 판정이 났다는 소문이 나면 다른 대회 심판들도 더 꼼꼼히 에지를 체크할 것”이라면서 “어차피 파이널이나 세계선수권대회는 연아와 아사다 마오(18·일본)의 대결로 압축될 것이다. 아사다가 피겨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타티아노 타라소바(러시아) 코치를 영입한 만큼 연아는 교과서 점프를 더 정교하게 갈고 닦아 맞서는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온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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