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진, 드디어 자유투 넣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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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 하승진(中)이 전자랜드전에서 키값을 했다. 사진은 상대 수비를 피해 골밑슛을 하는 모습. [전주=뉴시스]

경기 종료 1분26초 전 ‘거인’ 하승진(KCC)이 자유투 라인에 섰다.

올 시즌 11번 자유투를 던져 단 한 차례도 성공하지 못했던 자유투 성공률 0%의 그였다. 불과 50초 전에도 그는 자유투 2개를 모두 놓쳤다. 둘 중 하나는 골대에 맞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이번엔 하승진의 표정에 여유가 있었다.

하승진은 동료가 놓친 슛을 걷어내 슬램덩크를 꽂으면서 자유투까지 얻은 터였다. 이 덩크슛으로 KCC는 72-70에서 74-70으로 앞서면서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하승진으로선 보너스로 얻은 자유투였기 때문에 부담도 훨씬 적었다. 하승진이 거침없이 던진 자유투는 골망 한가운데를 통과했다. 마치 자신이 던지는 것처럼 엉거주춤하게 슛 자세까지 취하면서 이 장면을 지켜보던 허재 KCC 감독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드디어 하승진이 해냈다. 9일 하승진은 전주 전자랜드전에서 국내 프로 데뷔 후 첫 자유투 성공을 기록하면서 팀에 78-72로 승리를 안겼다. 개막전에서 패했던 KCC는 이후 4연승, 4승1패로 동부와 함께 공동 선두를 지켰다.

감격의 첫 자유투를 성공시킨 하승진에겐 여러모로 의미 있는 날이었다. 21득점·18리바운드로 데뷔 후 최다 득점(이전 18득점), 최다 리바운드(이전 14)까지 기록했다.

하승진은 “연습 때는 자유투가 잘 들어가는데 경기에선 숨도 차고 긴장해서 그런지 잘 안 들어간다. 그러나 이젠 다르다”고 했다. 허 감독은 “자유투보다 승진이의 체력이 강해졌다는 것에 만족한다”고 했다. 2쿼터 시작하면서 코트에 나선 하승진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한 번도 교체되지 않았다. 30분이면 하승진이 농구를 시작한 이래 가장 오랫동안 코트에 머문 경기다.

KCC는 1쿼터 16-14로 간신히 앞섰으나 하승진이 2쿼터에 들어오면서 상황을 반전시켰다. 전자랜드 외국인 선수 리틀의 골밑슛은 그냥 손만 들고 있는 하승진의 손에 걸려버렸다. 2m6.4cm의 당당한 체격의 리틀도 하승진 앞에선 이름 그대로 ‘작은(little)’ 선수일 뿐이었다. 전반이 끝났을 때 점수는 41-28로 벌어졌다.

동부는 대구 원정에서 김승현이 빠진 오리온스를 106-75로 대파했다. 개막 후 3연승했던 오리온스는 김승현이 빠진 2경기에서 모두 져 3승2패, 4위로 밀렸다. 개막 후 내리 4연패를 당했던 SK와 KTF의 표정은 엇갈렸다. SK는 울산 원정에서 신인 김민수의 24득점·7리바운드에 힘입어 모비스를 86-78로 눌렀으나 KTF는 잠실 원정에서 삼성에 86-89로 역전패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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