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과열 司試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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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국은 세계에서 변호사가 가장 많은 나라다.세계 변호사의 7할이 미국에 있다.인구 10만명당 3백12명으로 독일 1백11명,영국 82명,일본 11명보다 월등히 많다.변호사가 많다 보니 소송건수도 많을 뿐만 아니라 소송비용 또한 엄 청나다.한해소송건수가 1천3백만건,소송비용이 8백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돼 있다.과다한 소송비용이 미국의 산업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요인이라는 주장도 있다.
요즘 미국에선.변호사 두들기기'가 유행이다.변호사의 비리를 다룬 소설이 인기다.소설속의 변호사들은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우며사회봉사엔 뜻이 없고 돈만 밝히는 사람으로 그려진다.TV 토크쇼에서 웃음거리 소재가 되기도 한다.돈만 밝히는 변호사에게 앙심을 품은 고객이 변호사를 공격하는 사건도 종종 일어난다.
변호사 실업문제도 심각하다.기업의 감량경영으로 기업으로부터 고정급을 받던 변호사들이 임시직으로 돌고 있다.법대 졸업생 취업률이 89년 83%에서 지난해엔 70%로 격감했으며,법대 진학시험인 LSAT 응시율도 3분의 2로 줄었다.
한국사회에서 변호사는 여전히 선망의 대상이다.전체 3천6백여명으로 인구 10만명당 8명이다.대학입시에서 법대의 인기는 의대와 함께 가장 높고,가장 우수한 학생들이 지원한다.변호사가 되면 평생 편안하게 살 수 있다는 .상식'이 지배 한다.사법시험 준비생 숫자도 크게 늘고 있다.특히 올해부터 합격자수가 5백명선으로 늘고 2000년엔 1천명선으로 늘어나게 되자 너도나도 사시 준비에 뛰어들고 있다.
최근 각 대학에선 비(非)법대생들의 사시 준비가 급격히 늘고있다.서울대 인문대의 경우 전체의 30~40%가 사시 등 각종고시를 준비중이다.이밖에 자연.이공계,심지어 의대생들까지 사시를 준비한다.직장인들도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사시 전선(戰線)에 나서고 있다.법대는 사시 준비학원이 돼버려 참다운 의미의 법학교육은 외면당하고 있다.
20일 발표된 올해 사시 합격자들 속엔 치의학.물리.미학.종교학과 등.이색(異色)학과'출신들이 상당수 들어 있다.사시 열풍이 대학교육을 저해하고 고급인력을 사장(死藏)할 뿐만 아니라직장인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심어준다면 사시 망 국론(亡國論)이 나올 만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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