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나다>몽골서 유학온 볼로르 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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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몽골'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칭기즈칸? 사막과 초원?사회주의를 경험한 나라? 비행기로 불과 네시간 거리인 몽골은 우리에게 물리적 거리 이상으로 멀게 느껴진다.왕래가 적고 무관심했던 탓이다.
반면 몽골에서는 한국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다.거리에는 현대자동차가 달리고 상점에선 한국산 의류의 인기가 높다.한국의 경제성장을 배우려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 몽골출신 젊은이가 한국경제를 배우기 위해 이달초 고려대경영학과에 특례입학했다.주한 몽골대사관 롬보(46)참사관의 둘째딸 볼로르(20.몽골에는 성(姓)개념없이 이름만 있다).그녀는 한국의 경제발전 노하우를 조국에 옮겨놓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북한에서 10년 정도 살았고 93년부터 2년간 김일성종합대에서 조선어를 전공해 우리말에 능숙하다.현재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소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한국경제에서 배울점이 많습니다.특히 한국인들의 부지런함은 몽골사람들이 많이 본받아야 할 것같아요.” 지난 90년 70년간의 사회주의 체제를 버리고 시장경제로 전환한 몽골은 지금 경제발전 노력이 활발하다.사기업이 크게 늘고 있으며 외국과 교역을 확대하고 있다.자본주의로의 급격한 전환의 물결속에 몽골경제는 아직 어려움을 겪고 있다지 만 그것은 그만큼 젊은이들이 기여할 수 있는 분야가 널려 있다는 의미도 된다.볼로르도 몽골에새로 등장하고 있는 기업체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컴퓨터와 인터넷을 열심히 공부할 생각이다.그녀에게 비친 한국사회의 모습은 어떨까.“ 말로만 듣던 한국의 발전에 놀랐습니다.친절하고 부지런한 한국인들의 모습이 인상깊었어요.”하지만 발전의 부산물인 혼잡과 공해에 대해서는 머리가 아플 정도임을 꼬집는다.
여기에다 너무 바쁘게 사는 바람에 다른 사람에게 무관심한 것에대해 섭섭함을 갖고 있다.“같은 강의실에 앉아 함께 공부하는 학생들도 서로 인사를 나누는 것을 본 적이 없어요.몽골이라면 서로 인사하고 친해졌을텐데.” 사실 가장 궁금했던 북한에서의 경험에 대해 그녀는 별로 할 말이 없다.“주민들과 접촉도 극도로 통제돼 있었고 심지어 김일성종합대에서도 외국인과 북한학생들은 분리돼 교육을 받았으니까요.”다만 북한 학생들이 똑같은 교복과 가방등 획일 적인 분위기였던 반면 한국학생들은 자유스러움을 맘껏 누리고 있는 것같다고 덧붙였다.
한국에 대해 아쉬운 점은 한국인들이 몽골을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중국의 내몽고 지방이 텔레비전에 나왔는데 그 지역을 몽골이라고 소개하더군요.전혀 다른 지방인데 말이에요.한국에는 몽골이 늘 초원에서 말을 타고 다니는 가난한 나라로 만 비춰지는것같아요.실제로 몽골은 석유.철.구리등 풍부한 천연자원을 가진성장 잠재력이 많은 나라거든요.” 그녀는 자신의 조국을 바로 알리는 민간외교관 역할을 하고 싶은 작은 꿈을 갖고 있다.
〈윤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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