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복기의 머니 콘서트] 아들아 내 펀드 돌려다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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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호 26면

요즘 ‘큰손들’ 사이에 인기 있는 자산 관리법이 있다. 반 토막 난 펀드를 자녀에게 증여하는 것이다. 반 토막 펀드로 속을 끓이느니 차라리 자녀에게 사전 증여해 관리 고충을 덜고 세금 부담도 줄이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반대로 자녀에게 증여했던 펀드를 다시 돌려받는 큰손들도 있다. 두 달 전 강모(자영업자·62)씨는 지난해 가입한 국내 주식형 펀드가 30% 정도 손실이 발생하자 고민 끝에 결혼 적령기인 아들에게 증여했다. 최초 1억원을 가입했지만 주가 하락으로 평가금액이 7000만원 정도로 하락해 손실이 컸지만 그나마 증여세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위안을 삼았다.

그런데 최근 주가가 예상외로 더 크게 하락하면서 아들에게 증여한 펀드는 최초 원금 대비 50% 이상 손실이 발생하고 말았다. 강씨는 후회가 됐다. 증여 시점을 미뤘다면 오히려 증여세 부담을 더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씨에게는 아직 기회가 있었다. 증여는 3개월 안에 취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강씨는 증여를 취소하고 주식시장 상황을 지켜본 뒤 추후 재증여를 고민하기로 했다.

최모(회사원·53)씨도 비슷했다. 최씨는 얼마 전 자녀에게 펀드를 증여했다. 하지만 증여세 신고를 내년으로 미루기로 했다. 내년 초 상황을 지켜본 뒤 3개월 안에 증여세 신고를 할 요량이었다. 특히 증여세율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에 세율이 인하될 예정이므로 세부담을 따져보고 증여를 취소할 수도 있다. 지금보다 주가가 하락하면서 증여세율이 인하되면 증여 취소가 유리할 것이고, 주가가 연말에 상승한다면 증여세율이 인하돼도 지금 증여하는 게 오히려 절세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최근 주가가 하락하면서 펀드 증여에 관심이 고조되는 동시에 다양한 절세전략을 고민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과거엔 증여라고 하면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이나 현금 증여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엔 주식 또는 펀드 같은 금융상품이 증여의 수단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펀드 증여를 만만하게 생각할 문제는 아니다. 복잡한 절차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것은 기본이고 증여 시점이 증여세 부담의 기준이 되므로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 다행히 3개월이라는 고민의 시간을 더 준다는 것은 혜택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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