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北者는 '반역자'아닌 '난사람'-북한 실상 어떤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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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에는 간부.어부.과부등 이른바.3부'가 부유하게 잘산다는 말이 돌고 있다.
간부는 뇌물을 받아 배를 채우고 어부는 잡은 물고기로 생필품을 구하며 과부는 몸을 팔아 돈을 번다는 뜻이다.”김경호씨의 막내사위 김일범(28)씨는 최근 북한에서 유행하고 있는 이 얘기로 북한체제의 부패상을 전했다.다음은 金씨 일가 족이 증언한내용. “북한주민들 사이에서 최근에는 탈북자에 대한 인식까지 바뀌고 있다.과거.민족반역자'나.인간쓰레기'로 부르던데서 이제는.난 사람'이나.깬 사람'으로 생각한다.”<金씨의 차녀 명실(36)씨> “군에 못 가는 것을 수치로 여겼는데 이제는 병역기피를 위한 뇌물까지 성행하고 있다.또 잦은 회의참가와 당비납부로 인한 폐해 때문에 노동당 입당도 미루고 생계유지에 주력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북한주민들 사이에 가장 큰 걱정거리는 역시먹는 문제다.올해초부터 도입된.분조도급제'는 국가헌납분외에는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어 초기에는 농민들의 큰 환영을 받았지만목표량이 너무 높게 책정되고 비료와 농약이 부족해 성과가 극히부진한 상태다.병원이나 학교도 식량을 구하기 위해 오전만 일하고 오후에는 문을 닫는다.이번에 넘어온 부녀자들이 모두 직업이없는 것도 최근 들어 공장가동률이 떨어지면서 대개 하던 일을 포기하고 장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식량난은 임산부에게도 예외가 아니다.산후조리를 위해 태반(胎盤)까지 먹는 엽기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해산후 먹을 것이 없기 때문에 영양가 높은 태반을 고아 먹고 있다.”<큰며느리 이혜영(26)씨> “생필품난이 더욱 심해지고 있어 치약 대신 소금을 사용하고 비누는 양잿물과 생선기름을 원료로 집에서 직접만들어 쓴다.우리 일가는 미국의 친척들이 보내준 달러로 유족한생활을 누릴 수 있었지만 이마저 북한당국의 횡포와 관리들의 부정 으로 점차 어렵게 됐다.95년8월부터 미국의 아버지(최영도씨.79)께서 5백달러씩 부쳐 왔지만 1백달러당 북한돈 2백3원 정도의 환율로.외화바꾼돈표'를 지급했다.이나마 저축을 해야한다며 절반도 지급하지 않았다.”<최현실씨><이 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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