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그린벨트 훼손 신중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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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이름뿐인 철책선'.북한 잠수함이 우리 동해안을 뚫더니 북한도 민간인 17명에게 한꺼번에 두만강 철책선이 뚫렸다.평소 범접할 엄두도 못내던 철통같은 경계선들이 그처럼 쉽게 뚫리는데 힌트를 얻었는지 우리 국회도 요즘 각종 철책을 풀자 는 논의에바쁘다. 그 중 백미(白眉)는 역시 .그린벨트'.
그린벨트는 72년 처음 그어진 이래 한번도 고쳐진 예가 없다.철책선만큼이나 철통같은 선(線)인 셈이다.80년대 중반 건설부에 모 장관이 부임하자 마자 .불합리한 그린벨트를 조정하라'는 지시 를 했지만 담당국장은 좌천을 감수하며 선을 지킨 일화(逸話)까지 있을 정도다.그때부터 그린벨트 업무를 담당해온 관계공무원들 사이에는.어떻게든 선만은 지키자'는 신념이 자연스레생겨났다.
그 동안 소유주는 녹아났다.주변 토지와 가격격차가 눈에 보이게 벌어졌고,심지어 어떤 곳은 아무리 팔려해도 팔리지도 않았다.주민들은 줄기차게 철책선을 흔들며 .치우라'고 외쳤지만 정부는 36번이나 법을 고쳐 행위규제를 완화하는 대응 으로 버텨왔다.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든 경계만은 고수한 것이다.
그러면서 정부는 사실 그린벨트를 앞장서 훼손해 왔다.그린벨트에 허가한 시설물의 70%가 공공시설물이다.개발잠재력을 누르려고 설치한 벨트 안에 정부는 농수산물센터.컨테이너기지.버스차고지 등을 허가했다.접근성.장래도시개발등은 생각하지 도 않고 땅값이 싼 곳만 고르는.민간'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좀 심하게 표현하면 .벨트를 쳐 값을 내려 놓고 공공을 빙자한 민간시설,그것도 기피시설을 유치한 정책'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는 말이 된다.
소유주도 물론.불법 난(亂)개발'로 훼손에 한몫했다.정부는 그러나 이를 제대로 제재하지도 못했다.그린벨트는 그동안 지방공무원 징계만 양산하는 제도로 인식될 정도로 1백1개에 달하는 관련지방자치단체는.원시적인 관리방법'으로 일관한 것이다.
이처럼 정부.민간은 모두.그린'을 위한 투자를 게을리한채 야금야금 벨트를 파들어가며.그레이벨트'를 만드는 중이다.이 와중에 국회도 나서고 있는 셈이다.그들이 만드는 대책이라 주민의 의견은 물론 수렴했겠지만 문제는 그 대책이 정말. 그린'에 도움이 될지,도시의 평면적 확산을 막을 수 있을지 궁금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별 연구도 없이 불쑥 제도변경만 발표하면 혼란만 자초하지 않을까.역시 정부에 맡겨 토지가격 격차를 없애는제도,자연친화적(親和的)인 방법으로. 그린'을 유지하는 방안등을 심층 연구하게 하는 방법이 옳을 듯하다.
음성직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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