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5.18 항소심판결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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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2.12및 5.18사건 항소심 재판부는 정호용(鄭鎬溶).황영시(黃永時)피고인의 내란목적살인혐의에 대해 1심과 달리 유죄를 인정했다.대신 나머지 피고인들 대부분의 형량을 1심보다 낮춤으로써 검찰과 피고인들의 주장을 조화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이 판결은 5.17및 5.18 내란사건의 공소시효 기산점을 87년 6.29선언으로 봄으로써 그 이전까지의 기간을 내란상태로 규정했다는데서 큰 의미가 있다.반면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됐던 전두환(全斗煥)피고인을 무기징역형에 처하고 다 른 대부분의피고인들에 대해서도 형량을 낮춘 것은 국민들의 법감정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또 이번 항소심 공판과정은 필요하지만 제대로 활용되지 않던 형사절차상의 몇가지 제도를 되살려 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법에만 규정돼 있을 뿐 실제로는 실시되지 않던 구두변론 절차를 실시했고,우리 형사소송절차상 최초로 피해자진술을 청취했다는점이 바로 그것이다.또 최규하(崔圭夏)전대통령을 증인으로 강제구인하고 31명의 증인으로부터 새로이 증언을 들 었다.이는 항소심의 구조가 단순히 1심의 자료에 따라 그 판결의 당부만을 판단하는 사후심(事後審)이 아니라 1심의 심리절차를 인계해 새로운 심리와 증거를 보충,심판하는 속심(續審)임을 잘 드러냈다는 평가다.반면 1심이 무죄판결공시제 도를 적절하게 활용했음에도 항소심 재판부가 이를 활용하지 않은 것은 피고인의 인권보장에 역행하는 것으로 지적된다.
법리적 쟁점을 보면 먼저 군사반란죄 부분에 대해 재판부는 성공한 쿠데타의 경우에도 쿠데타 자체는 범죄로 처벌될 수 있음을인정했다.성공한 쿠데타의 처벌문제는 법의 효력이나 이론의 문제가 아니라 법의 집행이나 실천의 문제라는 것이다 .
또 내란죄에 대해서는 5.17 비상계엄 전국확대 조치가 폭동에 해당한다고 보았다.문제는 비상계엄 확대선포 행위가 崔전대통령에 의해 행해졌는데 이를 피고인들의 범죄로 볼 수 있나 하는점이다.재판부는“국헌문란의 목적을 갖고 있지 않 은 崔전대통령을 이용했다”고 밝힘으로써 이른바 간접정범(間接正犯)의 법리를동원했다.사정을 모르는 간호사에게 독약이 든 주사를 놓게해 환자를 살해하는 것과 같이 타인을 도구로 이용해 범죄를 실행하는경우라는 것이다.
내란목적살인죄에 대해 재판부는 5.18사건과 관련해 광주재진입작전당시 이뤄진 계엄군의 강경한 시위진압을 폭동으로 보았다.
또 이런 폭동중 일어난 살인행위에 대해 내란목적살인죄를 적용,1심과 달리 정호용 당시 특전사령관,황영시 당시 육참차장에 대해서도 범죄의 성립을 인정했다.

<이춘원 법률전문기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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