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불안한 환율 급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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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달러대 원화환율이 8백45원까지 올라가 6년만에 최고기록을세웠다.원화가치 절하(切下)를 의미하는 환율급등은 우리의 수출경쟁력을 회복시켜 줄 때만 그 긍정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환율이 올라가면 수출품 값이 떨어져 수출의 가격경 쟁력이 높아지므로 수출이 확대될 수 있다.한편 수입품 값이 비싸지니까 수입이 억제돼 국제수지개선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과거 우리는 수출이 저조할 때 이런 방식으로 응급조치를 해 왔다.
그러나 원화절하가 곧 수출회복으로 이어지는 공식은 금년들어 더 이상 통용되지 않고 있다.원화가치는 올들어 열달동안 약 6.5%나 떨어졌지만 수출은 같은 기간 4.6%밖에 안 늘고 오히려 수입만 10.6% 늘어났다.
이렇게 된 원인은 우리 산업의 시설재와 자본재 수입의존도가 높아 원화급등이 제조원가를 상승시켜 왔기 때문이다.만약 올 하반기의 환율급등이 내년 상반기수출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기대가 충족되려면 지금부터 그 조짐이 보여야 한 다.그러나 국제수지 적자는 2백20억달러라는 사상최대 폭이 예고되고 있고,내년에도 의연히 1백80억 달러선에 육박할 것 같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환율상승,다시 말해 원화절하에 의한 반사이익을 보려면대(對)엔화환율의 적정 여부에도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이다.1백엔대 원화시세는 1년전의 7백40원대를 지금껏 그대로 유지하고있다.대일(對日) 수입의존도가 높은 실정에서 엔화환율의 안정은수입품 가격상승을 막고 있다고 볼 수 있으나 국제수지적자폭 확대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달러환율의 급등과 엔화환율의 제자리걸음,이 불일치(不一致)가 오늘의 경제상황과 어떻게 상응하는지궁금하다.
경제지표가 착종(錯綜)할수록 당초 정부가 표방한대로 저성장.
저환율.저금리.저물가의 4저(低)체제를 기본 진로로 삼겠다는 의지를 명백히 해야 한다.한바탕 고통을 겪은 후 수출경쟁력이 되살아나면 그만한 보상은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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