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 통화 스와프 맺으면 투기자본 섣불리 못 덤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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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틴틴 여러분, 마이너스 통장 알죠? 갑자기 일시적으로 돈이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통장 말입니다. 다른 나라와 맺는 통화 스와프는 중앙은행이 외국 돈에 대해 마이너스 통장을 갖는 걸로 이해하면 됩니다.

때문에 각국 중앙은행은 만일에 대비해 국제사회에서 다양한 통화 스와프를 맺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번에 통화 스와프를 하기로 한 미국 외에 일본·중국, 동남아시아 4개국과 통화 스와프 계약을 해두고 있습니다. 규모는 일본이 130억 달러, 중국이 40억 달러, 태국·말레이시아·필리핀·인도네시아가 65억 달러 입니다. 스와프 대상인 통화엔 다소 차이가 있어요. 중국과는 원화와 위안화를 맞바꾸는 것입니다. 일본과의 경우엔 30억 달러는 그 금액만큼 원화와 엔화를 바꾸고, 100억 달러는 달러화를 교환하기로 했어요.

이런 여러 나라와의 통화 스와프는 돈도 돈이지만 상징적 효과가 커요. 우리나라가 여러 나라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되면 국제투기꾼들이 섣불리 덤벼들 수 없답니다. 정부에선 이번 기회에 중국·일본과의 통화 스와프 규모를 확대할 생각이랍니다. 비상시에 쓸 수 있는 외화 비상금을 넉넉하게 확보해 두려는 것이지요.

한편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달러 스와프 프로그램을 마련했어요. 경제의 기초체력이 튼튼한데도 일시적으로 달러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나라에 스와프 방식으로 달러를 제공하겠다는 겁니다. 회원국들은 IMF에 낸 돈의 5배까지 달러를 받을 수 있어요. 이 프로그램은 우리가 1997년 외환위기 때 받은 구제금융과는 성격이 전혀 다르답니다. 구제금융은 경제를 잘못 운용해 외환위기에 빠진 나라들을 구제하려고 돈을 빌려주는 만큼 까다로운 조건을 갖다 붙이지만, 이번엔 경제정책을 건전하게 추진한 국가에 제공되는 것이어서 특별한 조건이 없다고 해요.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현재로서는 IMF의 스와프 프로그램을 이용하지는 않겠다는 것이 우리 정부 생각이에요. 이미 여러 나라와 통화 스와프를 맺어뒀을 뿐 아니라 외환위기 때 국민이 고생을 많이 해 IMF 지원에 대한 정서가 그다지 좋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랍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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