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총장선출 미국.프랑스 후보의 모국어 두고 자존심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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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유엔 사무총장 선출작업이 산넘어 산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완강히 버티던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총장이 사실상 사퇴하면서 한동안 순항하는 듯했던 사무총장 선출이 다시 난관에 봉착했다.
이번엔 미국과 프랑스가 사무총장 후보의 모국어를 두고 자존심 싸움을 벌이는 탓이다.
현재 출마한 후보는 모두 4명.그러나 사실상의 대결자는 유엔사무차장 코피 아난(58.가나)과 코트디부아르 외무장관 아마라에시(53)로 안보리는 이들 둘다 세차례 비공식 투표에서 상임이사국 전체를 포함해 9개국의 지지를 얻지 못 하자 12일 오전(현지시간) 다시 투표하기로 했다.
문제는 미국.영국이 지원하는 아난에게는 프랑스가,프랑스가 지원하는 에시에게는 미국이 계속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점이다.아난은 영어가 공용어인 가나출신으로 미 MIT 경영학 석사로 영어는 능통하지만 프랑스어는 서투르다.에시는 프랑스어 가 공용어인코트디부아르 출신으로 영어를 능숙히 구사하지 못한다.
미국은 가난을 통해 유엔에서의 영향력을 극대화할 작정이다.그러나 프랑스는 자기네 앞마당 격인 아프리카 몫으로 사무총장을 선출하면서 영국 식민지 출신의 친미 인사를 앉힐 수 없다는 생각이다.프랑스가 밀었던 갈리에 대해 미국이 거부권 을 행사한데따른 앙금도 없지 않은 것 같다.더구나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다른 대륙에서 사무총장을 뽑더라도 프랑스어를 못할 경우 적대적인태도를 보여왔다.
양국의 힘겨루기가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계속될 경우 비(非)아프리카 지역으로까지 후보 문호를 넓히는 상황으로 번져갈지 모른다.이렇게 되면 현재.입후보 일시정지'를 선언한 갈리가 다시 뛰쳐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현재로서는 차기 사무총장 선출작업은 총회가 요청한 후보 추천 마감일(17일)을 넘기면서도 계속 난항할 전망이다.
[뉴욕=김동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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