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를움직이는사람들>41.새한그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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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제일합섬과 새한미디어는 미래를 함께 열어 갈 동반자가 됐다.나는 선봉에서 모든 어려움을 이겨낼 각오가 돼 있으며,여러분들은 나와 한 배를 탄 동지이자 가족이다.” 새한그룹 이영자(李榮子.59)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를 .제2창업,도약의 원년'으로 선포하며 이렇게 말했다.
세계 최대의 비디오테이프 제조업체인 새한미디어가 95년7월 제일합섬을 새 식구로 맞아들여 그룹으로서의 골격을 갖추게 된 후 처음으로 내놓은 다짐이었다.
새한그룹은 올들어 변화 속도가 한결 빨라졌다.지난해말 제일합섬과 새한미디어 계열사는 서울삼성동으로 사무실을 이전해 한지붕살림을 시작했다.계열사간 조정업무등을 담당하는 그룹 종합기획실도 신설했다.올 10월에는.새한'을 그룹이름으로 정식 선포하고기업이미지통일(CI)작업에 나섰다.내년 4월에는 그룹이념을 선포하고 21세기 비전도 발표하는등 그룹에 걸맞은 새 모습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새한그룹의 모체는 창업주인 고 이창희(李昌熙)회장(李秉喆 삼성그룹 창업주의 차남)이 73년 미국 마그네틱 미디어와 합작으로 설립한 마그네틱 미디어 코리아.새한은 가격및 품질 경쟁력에서 앞선데다 80년대 VCR의 보급확대로 비디오테 이프 사업이급성장한데 힘입어 사세를 키워 왔다.
새한그룹은 그러나 80년대말 이후 두 차례의 커다란 시련을 겪게 된다.88년의 충주공장 대화재와 창업주의 갑작스런 타계가그것이다.충주비료공장 부지를 인수해 87년초 세계 최대 규모로건설한 충주공장이 가동된지 불과 1년 남짓만인 88년3월 화재가 발생해 6백30억원의 재산피해를 내고 생산능력의 83%가 소실됐다.
이건희(李健熙)삼성 회장은 당시 화재복구를 적극 지원해 형제간의 우애를 보여주기도 했다.91년7월에는 창업주가 갑작스레 타계했다.
곧이어 세계 마그네틱 테이프 업계의 공급과잉으로 고전했다.그러나 이창희 회장의 미망인인 李회장과 2세경영진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세계시장 점유율 22%를 기록하며 세계 최대의 비디오테이프 공급업체로 올라서는 저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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