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쿨>샘플만 번지르르 한국상품 망신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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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일본시장에서.소비자는 신(神)'이라는 등식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철저히 외면당한다.그러나 한국에서는.공급자가 왕'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94년8월 서울에 부임한 일본의 대표적 종합상사인 한국스미토모(住友)상사의 나가이(長井)사장의 충고다.그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10일 주최한 주한일본상사 구매전략 세미나에서 한국상품의 문제점과 일본시장 진출방안에 대해이같이 강 조했다.또 그는 한국상인의 의식구조도 아직 개선할 점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놨다.한국사과를 구매하려는 일본 바이어가 한국측 공급자에게“일본소비자의 입맛에 맞춰 단맛이 강한 사과를 보내달라”고 요구하자 한국 공급자는 “일본소비자가 틀렸다.사과는 본래 신맛이 제맛이다”고 했다 한다.그는 또“한국 상품은 샘플만 좋지 실제 선적품은 엉터리일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일관된 품질관리를 당부했다.
그는 어려운 협상끝에 가격과 샘플체크를 끝내고 한국의 플라스틱 제품을 일본에 수출하던중 제품에서 여름철에 벌레가 나오는 바람에 거래가 중단됐다는 경험담도 털어놓았다.
그는 또 일본에서는 서비스과잉이라고 할 정도로 서비스를 중시한다며 한국의 호텔서비스는 세계수준에 비해 많이 떨어지고 바이어에 대한 서비스자세도 모자란다고 말했다.
나가이 사장은“일본회사는 권한분담이 철저해 공장기술자까지 상품구매결정에 참여한다”며“일본어로 된 카탈로그와 팸플릿을 만들어달라”고 충고했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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