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장애인 '2중의 苦通'-교육.취업.결혼 대부분 소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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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건강한 아들을 낳은뒤 나같은 여인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생각에 삶의 기쁨과 보람이 솟아났다.” 9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가 주최한 여성장애인 후원의 밤에서 중증장애인부부의 성공적결혼사례로 선정된 김양임(35.서울중구신당동)씨가 지난날을 되돌아보면서 한 말이다.
가난하지만 단란했던 농촌가정의 외동딸로 태어난 金씨에게 불행의 그늘이 닥친 것은 14세때였다.오른팔부터 시작한 소아마비는한달이 못돼 온몸에 퍼졌고 金씨는 자신의 의지로는 꼼짝도 할 수 없어 .죽을 수도 없는'지경이 됐다.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치료는 생각조차 못하고 누운상태로만 세월을 보내던 金씨는 사회단체의 도움으로 두번에 걸친 수술끝에 가까스로 앉을 수 있게 됐다.
이후 金씨는 남편 유길선(40)씨를 만나 몇달간의 망설임 끝에 결혼을 결심,불행의 사슬을 끊었다.
그러나 이같이 행복을 누리는 여성장애인은 극소수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보건복지부가 추정하는 우리나라 여성장애인 숫자는 48만명.
그러나 장애인계에선 세계보건기구(WHO)가 인구의 10%를 장애인으로 추산하는 점을 들어 우리나라 여성장애인은 전체 인구의 5%인 2백만명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장애인이라는 어려움 위에 전통적인 가부장제 사회구조 속에서 여성으로서의 차별까지 더한 2중,3중의 고통을 안고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여성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취업.교육.육아.경제적자립.결혼.성폭력등 사회 모든 부문에 존재하는 전반적인 것이다.
장애인권익문제연구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여성장애인중 20%만이 직업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마저도 열악한 노동환경,기본생계비에도 못미치는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또 초등교육조차 받지 못한 장애인이 20%이상으로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장애인들도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나이가 차 성년이 된 뒤에도 장애로 인해 결혼이 거의 성립되지 않으며 결혼에 성공한 뒤에도 남편이나 시집식구로부터 받는 고통 때문에 상처뿐인 생활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같은 차별은 가족.지역사회등 구석구석에서 진행돼 여성장애인은 사회의 한구성원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마저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김애순(金愛順)사무처장은 “여성장애인은장애인으로 또 여성으로 2중의 차별을 당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처지에 있다”며 “장애여성의 능력을 개발해줄 수 있는 정신적.신체적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절실히 요청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여성장애인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해 94년12월 여성장애인회가 발족되기도 했으나 사회적 관심은 아직 미약한 형편이다.

<이재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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